소비자 고발|피해 구제 요청 집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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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동병상련. 같은 불만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끼리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새로운 소비자 고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소비자 집단피해 구제요청이 소비자 단체들의 고발창구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86년부터. 87년 후반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족하면서 이 같은 경향이 급속히 늘어 작년 한 햇 동안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약 30건, 서울YWCA·한국소비자연맹 등 소협산하 7개 민간단체 고발창구에는 각 단체별로 10건 안팎이 접수 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비자 집단피해 구제 요청이 가장 많은 분야는 건축·여행분야. 지난해 10월 서울YWCA 소비자 고발센터에는 욕실 전등에 갓이 달려 있지 않아 샤워의 물줄기가 닿아 폭발한 일이 발생하자 한 아파트동 전 가구가 이의 시정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김포 S아파트에 입주한 95가구는 분양광고엔 인천시로 돼 있었으나 분양된 후 등기에는 김포읍으로 밝혀져 행정구역의 차이로 자녀의 학군문제가 야기되자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집단피해구제를 요청, 작년 5월말 2천5백만 원의 배상을 시공업체로부터 받기도 했다.
또 여행사에 교통·숙식·안내 등 여행일체를 일임, 제주도로 졸업 여행을 떠났던 대학생 52명은 안내원이 나오지 않아 여행에 차질이 생기자 한국소비자 보호원에 고발, 2백50만원의 배상을 받았으며, 비행기 고장으로 출발이 늦어진 97명의 탑승객이 비행사의 귀책사유 때 피해보상을 명시하는 약관 개정을 서울YWCA에 요청해 오기도 했다.
소비자 집단고발이 늘어나면서 그 범위도 유통, 불량식품·식품, 법률 등으로 점차 확대돼 가는 추세.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성남지부에는 필터에 이상이 있는 E생수기를 24명이 집단고발, 환불을 받았는가하면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한 D건강식품을 10여명이 고발, 환불 또는 교환처리를 받았다.
한국소비자연맹에는 1백여 농가가 함께 선전과는 달리 수확량이 적은 고추종자를 고발, 5건 2백만원의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백?도의 군인 1백여 명이 신용카드 발급용 사인을 받아대신 M카메라를 사겠다고 한 것으로 조작·판매한 방문 판매업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사법서사가 서류구비를 지체하여 주택부금에 연체료를 물게된 7백가구가 이를 서울YWCA에 고발하기도 했고, 백화점의 품목별 한정 할인판매가 지켜지지 않는 것을 10여명의 소비자가 함께 고발해오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집단피해 구제요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공동주택이 많아지는 등 생활양식이 달라진데다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된 것이 주원인 또 한사람보다·여러 사람이 힘을 합침으로써 목소리를 높여 신속한 처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실익계산도 깔려 있다.
서울 YWCA 사회 문제 박인례 간사는 『개별적으로 볼 땐 사소한 것이지만 나 하나만이 아니라 여럿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 집단피해 구제요청의 특징』이라고 들려주고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업자 측에서는 각개인의 사소한문제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반성을 촉구했다.
소비자 관계자들은 앞으로 집단피해 구제요청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집단 소송법 등 제도보완과 함께 무리한 요구가 없게끔 소비자 스스로의 경계를 희망했다. <공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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