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어린이 당뇨, 탄산음료·당분 조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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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당뇨 대란'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가 400만 명에 이르러 이미 엄청난 사회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미래 당뇨병에 걸릴 내당능장애 환자가 인구의 12%를 차지하고 있고, 이 수치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전 미국내분비학회 회장을 지낸 당뇨병 권위자 필립 레비(사진(右)) 박사가 대한당뇨병학회 학술대회에 초빙돼 내한했다. 학회 총무이사인 윤건호(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左)) 교수가 그를 만나 당뇨병 초기 예방의 중요성과 합병증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당뇨병, 한국인이 더 위험

윤건호=우리나라는 고도성장에 의한 생활습관의 서구화와 비만으로 당뇨병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젊은 나이의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필립 레비=미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의 당뇨병 인구는 2080만 명 정도며, 2025년이 되면 3000만 명에 달할 것이다. 고지방.고칼로리 식사와 운동부족 때문이다.

윤=한국인은 더 심각하다. 당뇨병이 발병하는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으로 이민한 2세의 당뇨 발병률은 20%나 된다. 하지만 같은 환경의 백인은 유병률이 8%다.

레비=당뇨를 초기에 잡으려면 발병 위험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가족력, 과체중, 신생아의 체중 등이 그것이다. 예컨대 4㎏이 넘는 신생아를 출산한 산모는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

윤=고지혈증.고혈압도 위험인자다. 당뇨병 판별을 위해 8시간 금식 후 공복혈당을 재는데, 현재는 110㎎/㎗을 정상치로 본다. 하지만 대한당뇨병학회 진단소위원회에선 이를 100까지 낮춰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 어릴 때 비만, 당뇨병 예고탄

레비=과거 성인에서 주로 나타나던 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성)이 어린이에게서 증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이런 심각성을 인식해 학교에서 탄산음료 자판기를 추방했고, 급식에서도 단순 당분을 크게 줄였다.

윤=당뇨병으로 진단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은 이미 50~90% 손상된 상태다.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이 정상화하더라도 완전회복이 힘들다.

레비=당뇨병 발병에는 유전성도 크게 작용한다. 가족력이 있다면 스트레스 관리와 좋은 생활습관 갖기, 적절한 운동과 주기적인 혈당검사, 적극적인 신체 활동을 해야 한다.

윤=우리나라는 잦은 외식, 입시 스트레스, 운동부족으로 청소년 당뇨병도 우려된다. 서울 지역 고등학생이 시골 학생보다 평균 혈당치가 20이나 높다. 실제 당뇨병 발병률도 3~4배나 된다.

레비=TV를 많이 보고, 운동을 적게 하는 학생 그룹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당뇨 발병률이 세 배 높다는 결과가 있다.

# 당뇨병 합병증 대책 시급

레비=당뇨병 진단 시점에 이미 20%의 환자가 합병증이 있다. 당뇨병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환자가 자각하기 어렵다. 조기 진단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필요하다.

윤=합병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신증(콩팥).망막증.족부궤양 등이다. 또 다른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다. 중풍과 심혈관 질환이 여기에 속한다. 당뇨병 환자의 80%가 대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레비=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은 힘들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환자에겐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 도움이 절실하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가 프로액티브 연구와 드림연구다. 당뇨 전단계에선 포도당 흡수 억제제, 간에서의 당 신생 억제제, 인슐린 저항성 개선의 TZD 계열 약물이 효과적이다. 이들 약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합병증과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

윤=흥미로운 것은 TZD 약물이 혈당 조절 뿐 아니라 당뇨병 환자에게 동반되는 혈중 지질 이상과 고혈압을 동시에 개선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좋은 약이 나와도 발 빠르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험적용 가이드라인이 전문가의 의견보다 약제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진행.정리=고종관 기자

당뇨병 합병증 예방 수칙

.혈당.혈압.콜레스테롤 등 3고(高)를 자주 점검한다

.망막증을 예방하기 위한 안저검사, 신경 합병증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한다.

.매일 발을 깨끗이 씻고, 상처가 있는지 점검한다

.칼로리가 높은 식습관을 지양하고, 식사를 할 때는 반드시 채소 등 섬유질 식품을 함께 섭취한다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과 주 3회 근력운동을 한다

.담배는 가뜩이나 망가진 혈관에 상처를 주므로 당장 끊는다

.술은 칼로리만 높고,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줄이거나 끊는다

.민간 요법에 현혹돼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당뇨병 기준치는 공복 시 혈당이 126 이상 이지만, 100~110인 사람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110~126인 경우엔 당부하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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