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에도 봄은 오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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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소, 중국-베트남 화해의 최대 장애로 거론됐던 베트남군의 캄푸치아 철수가 급진전될 양상을 보임으로써 아시아지역안정에 새로운 기류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오는 90년께 캄푸치아로부터의 완전 철군을 계획했던 베트남이 돌연 늦어도 올해 9월까지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이의 성사를 위한 중국-베트남간의 직접회담을 위해 베트남외무차관이 10년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등 캄푸치아 사태의 급변이 예상된다.
그러나 캄푸치아 사태는 배후세력인 소련과 중국 및 베트남간의 이해가 상충해 베트남군 철수분위기는 성숙되었으나 정작 당사국인 캄푸치아 내의 불화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어 베트남 철군이 곧 지역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캄푸치아 분쟁의 발단은 인도차이나에서 패권을 추구하던 베트남이 중국의 배후지원을 받던 캄푸치아를 78년말 무력침공해 당시의 학정으로 악명 높은「폴·포트」정권을 붕괴시키고「훈·센」을 수반으로 하는 대리정권을 내세워 반정부게릴라 연합세력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비롯됐다.
베트남의 캄푸치아 철수가 급진전을 맞게된 배경은 실리적인 경제 및 정치개혁을 추구하는 소련의 제3세계 개입축소정책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철군, 앙골라의 쿠바군 철수 등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이 캄푸치아 문제를 대소관계의 최대장애로 지적해 온데 따라 중소 양국은 지난해 12월 외상회담에서 캄푸치아 사태 해결 실무반구성에 합의하는 한편 올해 상반기 중 30년만에 개최예정인 역사적인 양국 정상회담의 길을 터놓기도 했다.
절대적인 경제후원국인 소련으로부터 철군압력을 받고 있는 베트남도 지난 10년간 하루 3백만 달러의 전비를 쏟아 부어 그렇지 않아도 나쁜 경제사정이 악화된 상태에 있고 5만여명의 인명손실로 더 이상의 캄푸치아 주둔이 어려운 상태다.
또한 최근 뒤늦은 개혁정책과 함께 미국 등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베트남은 캄푸치아 주둔이 서방세계로부터의 경제원조를 획득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에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베트남은 그 동안 총 10만여명의 주둔군중 5만명을 철군시켰으며 현재는 나머지 5만명을 캄푸치아에 잔류시켜 놓고있다..
이렇듯 주변 관련국들의 철군의지와 여건은 성숙됐으나 문제는 캄푸치아의 현정부와 반정부세력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칫하면 베트남군이 남긴 공백 상태에서 더 큰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이해당사자들은 지난해 7월, 내전 10년만에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모여 문제해결의 합의점 도출에 진력했으나 그 필요성만 인정했을 뿐 서로간의 요구가 상층해 구체적 성과는 얻지 못했다.
「훈·센」 캄푸치아 정부는 가장 강력한 반정부세력의 하나인 크메르루 주군의 해체를 전제로 총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반정부 연합 세력의 대표격인 「시아누크」공은 총선을 위한 임시 정부수립 전에 현정부의 해체가 우선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문제전문가들은 국제적 조직의 감시아래 철군을 확인하고 각 세력이 균등하게 참여하는 공정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으나 우선은 크메르 루주군을 지원하는 중국과 베트남의 회담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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