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학봉씨 구속 어떻게 비쳐질까"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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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참고인 소환 엄두 못 내>
○…5공 비리를 수사중인검찰은 이학봉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12일 오후 대검전체간부회의를 소집, 1시간이 넘도록 의견을 수렴하는 등 예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신중히 처리해 눈길.
한 검찰간부는 『이씨가 집권당의 현직의원인데다 범죄사실이 직권남용 뿐으로 뇌물수수 부분이 없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의견교환을 했다』고 전언.
한편 장세동·이원조씨 등의 소환 설이 잇달아 보도되자 검찰은 『만일, 소환할 경우 매스컴에서 곧바로 「구속」으로 치고 나갈 것 같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아직 장·이씨의 범죄사실은 드러난 게 없다』며 진퇴양난 입장을 하소연.

<수사기록만 1만여 쪽>
○…12일 밤 구속 수감된 이학봉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기록이 1만여 쪽에 이르러 「거물」다운 면모를 과시.
이 바람에 12일 오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에는 검찰직원 2명이 수사기록을 판사실로 옮겨야할 정도.
수사기록이 방대해진 것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강제인수사건 조사기록까지 첨부됐기 때문인데 지난해 이씨를 조사하고서도 당시 구속하지 않았던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이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

<중역들 정신감정 할판>
○…울산 현대노조원 피습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있는 현대그룹의 고위 간부들은 끝까지 한유동 전무(51) 개인의 「미친 짓」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
현대중공업의 모전무는 『모든 것이 잘 되어 가는 마당에 한전무가 왜 그처럼 무모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중역 임명 때 정신감정을 의뢰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할 판』이라며 한숨.
현대 고위간부들은 각계의 규탄성명에 이어 경인지역 현대 11개 계열사 노조원들 마저 오는 16일 최고 경영층 규탄 연대집회를 개최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왕회장(정주영)이 귀국하면 무슨 낮으로 뵙겠느냐』며 침통한 표정들.

<"조기해결" 일침 맞아>
○…12일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문교부는 관심이 쏠려있는 여러 현안문제에 대해 「신중 검토」「대책 강구」 등 미적지근한 자세로 일관.
특히 교원 노동3권·교장선출제 등에 대해서는 당초 보고자료에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가 당사자들의 예민한 반응을 의식한 탓인지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할 것」 이라고 완곡한 표현으로 수정.
이 같은 자세를 꼬집듯 노태우 대통령은 『오랫동안 교개심과 중교심 등에서 논의만 하고있는 과외문제·고교평준화·교장임기제 등 현안과제를 조기에 해결하라』고 지시, 문교부의 미온적 태도에 일침을 가하기도.

<해명자료 준비 초비상>
○…서울대는 소속교수 50명이 목동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았다는 보도가 나가자 12일 오후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작성하는 등 초비상.
서울대 관계자는 『특혜분양을 받은 교수는 해외두뇌유치 케이스로 영구 귀국한 무주택자 24명 뿐으로 전매자는 한 명도 없다』며 『나머지 26가구 분은 다른 무주택교수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 반납했다』고 설명.
한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로 분양을 받았지만 다른 기관과 함께 끼어 있어 공연히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고 고심.

<"전대 사실 없다" 말뺌>
○…서울 신정경찰서 간부들은 25개 시내 경찰서 중 유일하게 서울시로부터 목동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은 사실이 보도되자 『10명의 분양자들 중 한 명도 불법 전대한 사실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며 엉End한 소리.
한 관계자는 『특혜분양자체는 도덕적으로나 관례상 하자가 있지만 오일봉 서장이 김용래 전 시장의 초도순시 때 무주택 부하직원을 위해 아파트를 분양해줄 것을 건의하자 이를 김시장이 흔쾌히 허락한 것』이라며 고문 등으로 경찰사기가 떨어져있는 이때 또다시 특혜분양이 말썽이 될까 두려워 전전긍긍.


○…서울시내 일부경찰서 간부 책상 위에는 지난 연말 시경이 배포한 「VIP순시 때 안내 및 보고요령」이라는 공문이 소중히(?)부착 되어 있어 오가는 방문객들이 흥미 있는 눈길.
이 공문에는 『보고를 끝낼 때는 「저희들 서울경찰은 각하의 지도이념에 따라…라는 말로 끝맺을 것』 『정문 입구에 나가있는 최상급자는 VIP 6보 전방에서 거수경례 후 「충성,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를 외친 후 VIP 좌측 1보, 뒤로 1보 위치에서 안내할 것』 등 몹시 자상한 설명과 함께 『청·흑·녹색 사인펜을 필기구로 휴대할 것』『차는 부속실의 여직원에게 준비시킬 것』등 시시콜콜한 주의 사항까지 수록.
이를 본 한 민원인은 『경찰이 VIP접대에 신경 쓰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민생치안에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737추락하자 긴장>
○…최근 세계 각국 항공기의 고장·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 미들랜드항공사의 보잉737-400 국내선 여객기가 지난 9일 엔진고장으로 추락, 40여명이 사망하자 이 기종만을 2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 측은 바짝 긴장.
특히 아시아나 항공은 정비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자체정비능력은 없지만 정비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보잉사의 이 최신기종만을 2월까지 모두 6대나 도입할 계획인데 혹시 치명적인 기체결함이나 아닐까 걱정하고있는 눈치.
한편 아시아나 항공의 정비관계자는 『아직 보잉사로부터 정확한 사고원인을 전달받지 못한 만큼 기체결함이 있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자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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