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봄 현대 비자금 2백억원을 권노갑(權魯甲)전 민주당 고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金榮浣.50.해외 도피)씨가 같은 무렵 이 돈 말고도 출처 불명의 또 다른 현찰 1백여억원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당시 2백억원을 金씨 측에 전달한 현대 계열사 임원 전모씨의 진술 내용과, 김영완씨 지시로 돈 운반에 동원됐던 金씨 운전기사들이 설명한 상황이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최근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金씨의 운전기사 두 명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자신들이 金씨의 지시에 따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제3의 인물들에게서 현금 박스 56개(1백억원가량)를 받아 金씨 집으로 날랐다고 진술했었다.
19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대검 중수부의 현대 비자금 수사 기록에 따르면 전씨와 金씨의 두 운전기사가 각각 진술한 ▶돈 전달 시기 및 장소▶현금 박스의 수량▶운반 차량▶돈 전달자의 옷 차림 등이 상당 부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현대 비자금 2백억원과 金씨의 운전기사들이 운반한 1백억원이 서로 다른 돈으로 판단된다'고 기록했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전씨와 金씨 운전기사들의 진술은 돈 상자의 전달 시점에서부터 상당한 차이가 난다. 전씨는 "2000년 3월 중.하순에 날랐다"고 진술한 반면 金씨 운전기사 朴모씨는 "2000년 6월"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또 "돈을 가져갈 때 승용차를 3~4회, 승합차를 한 번 이용했으며 돈을 받아간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으나 朴씨와 다른 운전기사 金모씨는 각각 "승합차로 가져온 돈을 받아 승합차에 싣고 왔다"고 진술했다. 한번에 운반한 돈 상자의 수량에 대해서도 전씨는 "15~18개"라고, 朴씨는 "24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영완씨가 현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현대 측 비자금을 받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金씨 자산 중 출처가 규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국 체류 중인 김영완씨의 자진 귀국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짓고 조만간 그에 대해 강제 귀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조강수.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