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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고...자영업자 "배달앱 규제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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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자영업자들이 배달 앱의 폐단을 바로잡아 달라며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영업자 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배달 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고 과도한 수수료 등 배달 앱과 관련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앱이 자영업에 미친 효과를 볼 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배달 앱 이전과 이후의 자영업자 매출 변화가 크지 않은 것을 볼 때 배달 앱이 자영업의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수수료 부담만 자영업자에게 지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 슈퍼리스트라는 상단 광고는 비공개 입찰로 과도한 광고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요기요로 주문할 경우 중개수수료 12.5%에 외부결제 수수료 3%를 더해 총 15.5%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가맹 브랜드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요기요는 BBQ 등 주요 프랜차이즈는 4%, 중소 프랜차이즈는 8~12.5%, BHC는 3~4%대(추정)의 중개 수수료를 책정하는 등 가맹점 수와 인지도에 따라 수수료율에 차이를 뒀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배달 앱 수수료가 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경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실행위원은 “한 달 매출 6000만원 중에 배달 앱 수수료로 800만원이 나간다”며 “배달의 민족 슈퍼리스트 광고비의 경우 강남에선 한 달에 200만원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도 질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배달 앱과 관련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형석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배달 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할 법안이 전혀 없다”며 “공정거래법·가맹사업공정화법·소비자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요즘 배달 앱들의 ‘갑질’에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며 “배달 앱배달 앱들이 합리적인 수수료, 광고비로 자영업자를 살리는 시스템을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달 앱 회사들의 과점과 관련한 문제도 지적됐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 민족 등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100%다. 김미정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팀장은 “배달의 민족이 입찰제를 도입하자 경쟁사 2곳이 바로 따라 하는 등 과점에 따른 폐단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한 배달 앱 관계자들은 배달 앱의 일부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린 면이 많다고 항변했다. 이현재 배달의 민족 이사는 “슈퍼리스트를 이용하는 업주는 소수에 불과하고 ‘광고낙찰제’는 최상위가 아닌 차상위 방식으로 오히려 참여자 간의 무한 경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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