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서울유학비 월20∼35만원|지방학생들의 생활비 명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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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학등록금이 일부 학과의 경우 1백만원을 넘어섰다. 이름있는 대기업체 대리급사원의 두달치 봉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번 전기대의 평균경쟁률이 4대1, 최근 마감된 후기대가 이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대학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나도 등록금 대기가 만만치않은 대사인 셈이다.
올해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중 27명이 신체검사를 포기했으며 등록때 또 한차례 포기사태가 예견될만큼 경제적인 학자금의 압박은 심각하다. 더구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서울에 유학보내는 경우는 하숙비등 가중되는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하는 실정이다.
요즘 대학가주변 하숙비는 보통 2명이 한방을 쓸 경우는 1인당 14만∼l5만원선, 방 하나를 혼자 쓸 경우는 17만∼20만원으로 결코 무시할수 없는 액수다.
자취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 손수 지어 먹거나 사먹는 주식비가 만만치않아 하숙할때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근 서강대 학생회에서 조사한 지방대학생들의 한달 최저생활비를 보면▲자취방세 6만원▲식료품비 5만원▲의복비 1만원▲교통비 6천원▲광열비 5천원▲잡비 5천원으로 책값·술값·담배값및 교제비등을 일체 계산하지 않아도 최소 13만6천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K대 3학년에 재학중인 신모군 (24) 은 매달 대구에 있는 집으로부터 24만원의 「향토장학금」 을 받는다.
친구와 둘이 한방을 쓰는 하숙비가 14만원. 하숙비를 떼고나면 한달 생활비로 10만원이 남는다.
생활비가 올라온 기념으로 한방을 쓰는 친구와 생맥주집에서 간단하게 한잔하면 4천∼5천원. 술값을 아끼느라 소주집과 막걸리집을 전전해도 한달에 술값으로만 들어가는 돈이 3만∼4만원이 된다.
여기에 전공과 관련된 부교재를 사거나 평소에 읽고 싶던 사회과학책 2∼3권을 사면 책값도 2만원으로는 넉넉치 않다.
전공서적은 학기초에 등록금과 함께 책값 명복으로 올라오는 5만∼10만원으로 구입하는 것은 물론이다.
가끔 미팅이나 데이트라도 하게 되면 노상 길을 걷는 「워킹 데이트」가 아닌한 만원짜리 한장은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양말·러닝셔츠등 생필품 몇가지를 사다보면 집에서 보내온 한달 생활비는 불과 열흘도 못가 바닥이 날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신군은 이때부터 다음달 생활비가 올라올때까지 궁핍한 생활을 할수밖에 없다.
신군은 3형제중 장남. 2학년을 마치자 두살터울인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신군은 군입대의 길을 택했다.
대구에서 개인회사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수입이 한달 1백만원 가까이돼도 2명을 동시에 서울에 유학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
마찬가지 이유로 신군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자 동생이 입대했다.
지방출신 대학생들의 한달 생활비는 술·담배를 얼마나 하는가, 데이트 상대가 있는가, 당구등 유흥비를 얼마나 쓰는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하숙비를 제의하고 최저 5만원에서 궁하지 않게 쓰면 15만원정도로 볼수 있다.
따라서 하숙비까지 계산하면 최저 20만원에서 최고35만원까지 드는 셈이다. 지방출신 대학생의 서울생활비를 항목별로 점검해본다.
▲하숙비=지역과 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신림동·신촌·안암동등 주요 대학가주변의 대학생 전문 하숙집의 경우는 2인 1실이 14만∼l5만원, 1인1실일때는 17만∼18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방의 크기·부식의 정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어 2인1실에 최저 12만원, 독실일 경우 최고 20만원짜리도 있다.
하숙비에는 식비가 포함돼 있어 점심도시락을 싸주는 곳도 많지만 많은 학생들이 점심·저녁을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식대가 이중으로 지출되기도 한다.
▲책값=매 학기초마다 전공과 관련된 교재는 별도의 책값을 받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생활비에서 지출되는 책값은 주로 부교재나 사회과학관련서적·소설류등이다.
요즘은 웬만한 책값이 모두 3천원을 넘어가기 때문에 3∼4권정도만 구입해도 1만∼1만5천원이 책값으로 지출된다.
전문성을 띤 서적은 한권에 7천∼8천원씩 하므로 책값도 비중이 큰편.
주로 1, 2학년때는 책값 비중이 크지 않다가 3, 4학년등 고학년이 될수록 생활비에서 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현상을 보인다.
▲교제비=남자의 경우는 술값이 주종을 이루며 여자는 식사비·차값이 주종.
술값의 경우도 저학년은 선배들에게 얻어먹는 경우가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고학년은 후배들에게 사줘야하기 때문에 고학년으로 갈수록 비중이 크게 마련.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주로 소주집이나 생맥주집을 이용하는데 1만원선에서 5만원정도까지 큰폭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지방학생은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소위 한턱을 내는 경우도 있다.
교제비는 데이트상대의 유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문화오락비=연극·영화관람, 당구·탁구·전자오락등이 포함되는데 교제비와 마찬가지로 데이트상대 유무에 따라 차이가 크다. 1만∼3만원.
옷이나 신발류 구입에는 보통 l만∼2만원정도를 쓰며 고가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따로 집에 경비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밖에 남자는 담배, 여자는 군것질 그리고 노트·필기류 구입등 잡비로도 1만원정도가 든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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