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사망 일본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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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히로히토」전 일왕의 암 증세는 86년 그의 재위 60년(4월 29일) 축하연회에서 음식물을 토하는 「변고」가 일어나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그는 작년 9월 19일 심야에 대량의 하혈을 하는 등 위독상태에 빠진 이후 지금까지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으며 5명의 시의단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자위대의 젊은 병사 등으로부터 받은 피를 끊임없이 수혈해 치료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중요소·질소 등의 유독 물질이 증가하고 심장기능이 크게 약화돼 최고혈압이 60대까지 떨어졌으며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7일 그의 사망이 발표된 직후 일본 TV·라디오 방송은 새벽부터 모든 정규 프로그램 방송을 일제히 중단, 「히로히토」생전의 업적을 추모하는 특집프로그램으로 대치했으며 민간방송들은 춤과 노래, 코미디 및 상업광고 방송을 전면 중지했다.
관공서들은 일제히 검은 리본을 단 반기를 게양했으며 민간기업의 간부들도 검은 복장에 리본을 단 채 출근했다. 일부 시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왕궁 앞뜰에 엎드려 조아렸다.
○…이날 동경증권거래소는 휴장을 결정했으며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 일부유통업계는 영업을 중지했다. 그러나 다른 업계는 상점 문 앞에 「히로히토」전 일왕의 사진을 내건 채 영업을 계속했다. 이날부터 각 기업과 상점들은 빌딩 등에 설치된 광고용 네온사인을 일제히 소등하고 거의 모든 행사를 중지함으로써 일본 전국이 깊은 애도를 표시하는 자숙행동을 취하게 된다.
건설업계는 부분적으로 진행중인 공사를 중단키로 했으며 특히 소음을 발생하는 불도저 등의 운행도 이날에 한해 중지했다.
○…일본의 거의 모든 철도는 요란스럽게 해왔던 안내방송마저 멈추었으며 화원에서는 울긋불긋한 꽃들이 사라지고 흰 국화로 대치되었다. 이날 이후 국장기간 중에 시민들의 결혼식 등 각종 행사가 자숙의 이름으로 연기되거나 또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갖가지 행사 및 장식은 생략된다.【동경=최철주 특파원】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에는 이른 아침부터 반기가 게양돼 조의를 표했다.
대사관직원들은 토요일은 휴무인데도 모두 오전 9시30분까지 정상 출근해 분향소 설치 등 조문객을 맞을 준비에 부산.
한편 분향소가 차려질 서울 성북동 일본 대사관저에는 반기가 게양됐는데 「야나이·신이치」대사는 이날 오전 9시10부쯤 단기를 달고 검은 띠를 두른 외014001 프레지던트 전용승용차를 타고 침통한 표정으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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