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獨 현지 인터뷰] "체포영장 받아들일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뮌스터대.사진)교수가 국정원의 체포 방침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9일 베를린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연 宋교수는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전해 듣고 당황스러웠고 실망했다"면서 "그러나 조건 없는 귀국이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宋교수는 "체포영장이란 것은 범죄자를 구금하기 위해서 발부하는 것"이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제껏 수차례에 걸친 귀국시도에서 한.독 관계와 한국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양보해 왔는데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무협의차 베를린에 와 있는 미하엘 가이어(59) 주한 독일대사는 19일 베를린 주재 권영민 대사를 만나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宋교수와의 일문일답.

-귀국은 예정대로 할 것인가.

"어제와는 상황이 전혀 달라져 19일 저녁 가족회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 두 아들이 동의해 준다면 오는 21일 베를린 공항을 출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22일 오전 11시10분(한국시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고국방문에는 아내인 정정희(鄭貞姬.61), 두 아들 준(儁.28)과 린(麟.27)이 동행한다."

-귀국 문제와 관련,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누었나.

"법률가 출신인 가이어 대사가 오늘 오전 주독 한국대사를 만나 내 문제를 협의했다. 최근 한국에 부임한 가이거 대사의 신임장 제정 자리에서도 내 문제가 거론됐다고 들었다. 당국이 사법처리를 강행한다면 내가 요청하지 않아도 독일이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교적인 마찰이 불가피하다."

-당국의 조사에 응할 생각인가.

"조사와 영장발부를 거부한다. 내가 북한 노동당 간부인 김철수라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는데 무엇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불특정행위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에 법적인 요건이 성립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버마스와 함께 귀국한다는 설도 있는데.

"하버마스가 고령이라 함께 가진 못한다. 대신 이전부터 내가 귀국한다면 안전문제를 책임지고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