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가작 김영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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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진정코 나의 그물에 걸린 과부댁을 사랑하고자한다. 지금까지 나를 알고있는 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욕할 것인가. 하지만 난 어떤 방식으로 욕을 하더라도 나의 이 풍만한 뱃가죽으로 다 먹어버릴 수 있기에 무엇보다 다행이라 여겨진다.
가끔 흔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었다. 이젠 바람의 끝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흔들려야 하는 것일까. 지옥에서 보낸 제대한 후의 날들…. 끈끈하고 답답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진한바람을 맛보며 가끔 흔들리고 싶었다. 내 주위에 있다, 수초를 닮은 그리고 사랑에 처한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들.
이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려 깊은 호흡을 같이 하고자한다. 어머님께 이 불효 막심한 놈이 머리 고이 숙여 건강을 자꾸만 빌고 싶다<아버님·어머님정말, 정말 그리고 무지, 무지 사랑합니다>. 양욱이와 정우의 건강을 빌며 지도해 주신 윤교수님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정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말이지 홀가분하다. 그러나… 그러나 앞으로 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자살을 꿈꿔야 되는 것일까.
◇약력 ▲65년 서울 출생 ▲86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출 ▲86년 제2회 동서문학 희극부문 신인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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