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여유 있게 코스 줄여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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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겨울 등산은 특이한 매력을 갖고 있다.
계곡을 휘몰아치는 강풍 속에 혹한과 싸우며 한없이 펼쳐진 설경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겨울등산은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스릴과 묘미가 색다른 만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도 겨울 산이다.
일조시간이 짧은데다 백설이 장애물과 길을 덮어 낙반사고나 조난위험을 쉽게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난사고는 겨울철 산행의 최대 복병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등반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겨울 산행은 코스가 길건 짧건 일단 추위에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추위와 땀의 함수관계를 푸는 것이 겨울 산의 요체다.
추위와 강풍을 예상하고 잔뜩 옷만 껴입었다가 땀이나 속옷이 젖으면 오히려 역효과로 반전될 수 있다.

<여벌 양말도 필요>
옷이 젖은 상태에서 쉬거나 강풍을 만날 경우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겨울철 산행에서 복장이 가장 중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추위·바람·습기를 막기 위한 복장차림이 첫째 요건.
옷을 입고 난 후 땀이 발산이 안되면 결국 체온을 뺏겨 낭패를 보게된다.
집을 나설 때 춥다싶을 정도로 옷을 입는 것도 하나의 지혜지만 습기발산을 위해서는 모직 옷이 가장 효과적이다.
상의는 모직셔츠에 털스웨터, 하의도 모직 긴 바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산행 중에는 셔츠 위에 반드시 스웨터를 입어야한다.
그리고 방풍을 위해 나일론 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위에 오리털 파카를 입으면 완전한 등산복 차림이 된다.
양발과 장갑도 모가 80% 이상인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보온과 습기발산에 가장 효과적인 모직 옷은 겨울철 등산 복장의 기본이다.
양말도 당일치기라도 여벌을 준비하고, 식사중이거나 휴식을 할 때 다소 덥더라도 파카 차림을 해야한다.
신발은 방수가 되는 등산화가 필수적이며, 운동화일 경우 쉽게 눈에 젖어 동상에 걸리기 쉽다.

<등산화에 왁스칠>
등산화라도 재봉선과 접합부분에 왁스칠을 하는 것이 좋으며 등산화는 중이거나 중등산화가 동상예방에 효과적이다.
겨울철 등반 사고의 원인은 변덕스런 날씨에 미처 대비를 못하는 것과 무리한 산행에 있다.
겨울산은 다른 계절의 산과 확연히 다르므로 치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눈이 쌓이면 등산로를 잃기 쉽고, 평소보다 등산시간이 2배 이상 걸리는 것이 통례.
또 눈 때문에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엉뚱한 길로 들어서 조난사고를 부르기도 함.
겨울철 해는 짧으므로 일찍 출발, 일찍 하산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적어도 오후 1∼2시에 목적지에 닿도록 하며, 하사할 경우 오후 4시까지는 완료해야 된다.
등산전문가들도 오후4시 이후에는 산행을 안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유념하면서 산은 일단 자주 가본 곳으로 선택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는 여러 사람이 함께 출발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리더로 세우는 것도 안전사고 예방 등 산행의 지혜다.
낯익은 코스를 잡아 무리한 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겨울 산의 변수는 극심한 기후변화다.

<라디오 휴대 필수>
산의 기상변화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출발하기 전 일기예보에 신경을 써 기상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겨울 산의 기후메커니즘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겨울 산 기온은 해발 1천m에서 풍속이 초속 10m라면 체감온도가 해발 2백m의 평지보다 섭씨 21도 가량 낮아진다.
따라서 평지온도가 영하 5도라면 체감온도는 영하 26도로 뚝 떨어져 북극 온도를 방불케 한다.
일기예보를 위해 라디오를 휴대하는 것이 기본이고, 폭설일 경우는 산행을 취소하는 것도 사고예방의 한 방법이다.
눈이 내렸을 때는 평소보다 산행이 늦어지기 때문에 코스를 줄여야 한다.
한국등산연합회 조승렬 총무이사는 『겨울철 산은 특히 일몰시간이 짧고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산행거리를 3분의2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눈이 내리면 등산로가 없어져 길을 잃기 쉬운데 산행 중 갑자기 길을 잃으면 자꾸 내려갈 것이 아니라 일행이 올 때까지 그 자리서 기다려야 한다.
또 안개·폭설로 시야가 나쁠 때 호루라기를 불거나 깡통 등을 두드려 위치를 알려야 한다.
계곡은 대부분 험해 조난이 따르므로 피하고, 눈사태의 위험이 높은 상습지역을 사전에 알아둘 필요가 있다.

<비상식량 넉넉히>
우리나라 산 가운데 눈사태다발지역은 설악산의 오련폭포일대, 죽음의 계곡, 토왕성폭포일대, 그리고 한라산 화구벽일대 지역이다.
일찍 산행을 앞당긴다고 해도 폭설 등 예기치 않은 사태로 산행이 더욱 늦어질 수 있으니 일몰에 대비, 랜턴이나 플래시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이밖에 준비장비로는 미끄럼을 막기 위해 4발 아이젠을 갖춰야하며, 남의 눈에 잘 띄는 색깔의 방한복·눈안경·피켈 등을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간단한 구급약품도 반드시 준비해야할 품목.
식량은 행동식량과 비상식량을 마련해야 한다.
겨울철 산행은 체력소모가 많이 드는 탓으로 고단백·고칼로리 식품이 좋다.
추위 속에서 쌀·야채 등은 씻기 어려워 금방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 한번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해도 등산시에는 비상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비상식으로는 비스킷·초콜릿·사탕·햄·캔디·땅콩·마른 과일 등.
특히 조리장비는 추위 속에서 기화가 안 되는 가스버너보다 석유나 휘발유버너가 절대 필요하며 바람막이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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