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문대통령, 김정은에 과거의 핵 폐기 설득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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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비핵화 관련 내용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가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져야, 약속 신속히 지켜야" #닛케이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와 검증이 빠진 합의" #아사히 "文 설득에도 김정은은 美에 대한 불만 토로" #요미우리 "北 영변 우라늄 시설 파괴 美에 이미 제안"

그는 "합의를 도출한 양 정상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장관은 "중요한 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약속, 북·미 간의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핵 시설의 신고나 검증 등 '과거에 생산한 핵' 관련 합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동창리의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등이 포함됐지만 미국이 요구해온 핵 시설의 신고ㆍ검증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이 요구해온 핵 리스트 제출과 검증 관련 내용이 합의서에서 빠졌고, 기자회견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번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이 어떤 평가를 할 지가 초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남북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18일 회담에서 '미래의 핵 뿐만 아니라 과거에 생산한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며 "문 대통령은 비핵화 대상 리스트와 공정표의 제출, 검증 등에 응하도록 김 위원장을 설득했지만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는 미국에 불만을 표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아사히는 또 “비핵화 관련 조치들 중 새로운 건 ‘영변의 핵시설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이지만, 이 역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북·미 관계가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를 '핵의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전환하겠다는 평양선언은 그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북한, 미국에 영변 우라늄 시설 폐기 타진"=평양선언에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전제로 거론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앞서 19일자 요미우리 신문에서도 등장했다.

북한이 최근 비핵화 관련 양측 협의에서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북ㆍ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요미우리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을 파괴할 의향을 보임으로써 종전선언 등에 있어 미국 측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2009년 건설이 시작돼 2010년께부터 가동됐다. 연간 핵폭탄 2개분에 해당하는 40㎏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요미우리는 “이달 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김 위원장의 의향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로 핵ㆍ미사일 개발 관련 모든 내용의 신고를 요구하고 있어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닛케이 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16~17일 이틀 연속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협의를 하면서 대북 압력 유지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트럼프 정권은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경제협력 진전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비핵화 문제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미국은 우려한다”며 ‘수면 아래에서 한국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반복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는 미국 외교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닛케이는 “하지만 미국의 요청과는 무관하게 방북을 강행하는 등 북한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권의 자세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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