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국토부, 흑산공항 결정할 회의 "열자", "미루자" 갈등

중앙일보

입력

흑산도 공항 건설 예정지 위치 [중앙포토]

흑산도 공항 건설 예정지 위치 [중앙포토]

흑산도 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할 국립공원위원회의 19일 개최를 하루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갈등을 겪고 있다.
국토부가 18일 환경부에 공문을 보내 갑작스럽게 회의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오전 환경부에 공문을 보내 19일로 예정된 국립공원위 개최를 연기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반면, 환경부는 당초 예정대로 개최할 것을 주장하면서 부처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립공원위(위원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는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옛 국립공원관리공단 입주 건물에서 제124차 회의를 열어 흑산 공항 신설과 관련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재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7월 20일 회의에서 결정을 연기한 뒤 두 달 만에 다시 이뤄지는 심의다.

지난 7월 20일 당시 안병옥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 겸 환경부 차관이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에서 열린 제123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결정을 보류했다. [뉴스1]

지난 7월 20일 당시 안병옥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 겸 환경부 차관이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에서 열린 제123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결정을 보류했다. [뉴스1]

국토부가 이날 갑자기 회의 연기를 요청한 것은 흑산 공항 건설이 표결로 결정될 경우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립공원위 위원은 모두 25명(당연직 12명, 위촉직 13명)이며, 19일에는 특별위원인 전남도 행정부지사도 참석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이 지난 7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흑산도 공항건설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흑산 공항 건설에 대해 취항 기종의 안전성이 떨어지고 활주로가 지나치게 짧다는 등 안전성 문제가 있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이 지난 7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흑산도 공항건설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흑산 공항 건설에 대해 취항 기종의 안전성이 떨어지고 활주로가 지나치게 짧다는 등 안전성 문제가 있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민간위원(위촉직) 13명 중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11명이 모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정부 위원(당연직) 중에서도 4명이 불참하거나 기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항 운영 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제성이 낮고, 국립공원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바람에 찬성은 많아야 8명, 반대는 11명으로 흑산 공항 건설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연직 중에서도 환경부 차관과 국장,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반대할 경우 찬성은 5명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전 "흑산 공항 여부를 결정하든, 회의를 연기하든 일단 회의를 개최한 뒤 위원들이 합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할 것을 강하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흑산 공항이 부결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로 이날 오후 재차 회의 연기를 환경부 측에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국가위원회인 국립공원위원회를 국토부가 불리하다고 갑자기 연기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과거 개발사업의 '2중대' 역할을 했던 환경부가 또다시 압력에 굴복하는 일을 반복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산공항 건설 조기 착공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 앞에서 열린 흑산도 신공항 건설 조기 착공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현재 흑산도 공항을 두고 조기 착공을 요구하는 지역사회와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가 맞서고 있다. [뉴스1]

흑산공항 건설 조기 착공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 앞에서 열린 흑산도 신공항 건설 조기 착공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현재 흑산도 공항을 두고 조기 착공을 요구하는 지역사회와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가 맞서고 있다. [뉴스1]

관련기사

한편, 서울지방항공청은 1833억 원을 들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68만3천㎡ 부지에 1.2㎞ 길이 활주로와 부대시설 등을 갖춰 50인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2016년 11월 흑산도 공항 건설 여부에 관한 심의에서 철새 등 조류 보호 대책 등을 요구하며 안건을 보류한 뒤 결정을 미루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