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대표 '필화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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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51)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대표가 평택 시위 보도와 관련, "진보매체의 보도는 균형을 잃은 편파보도"라고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대표는 12일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한겨레.오마이뉴스.프레시안.민중의소리 등 진보매체들은 '평택 범대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시위대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고 주장했다.

◆ "선정보도의 전형" 주장=김 대표는 이들 진보매체가 "경찰의 과잉진압에는 매섭게 비판하면서도 시위의 과격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지적도 하지 않았다"며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평택 시위를 '대추리의 전쟁'으로 표현한 한겨레신문 5일자를 예로 들며 "선정보도의 전형인 사실의 과장이고 왜곡"이라고 말했다. 특히 '평택 사태'를 광주항쟁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감정적 진압과 극단적 저항을 자극해 참혹한 불상사를 예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총련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며 "한겨레는 한총련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 "사실 왜곡" 반박=김 대표의 글 내용이 알려지자 민언련 회원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 진영' 관계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중의소리 등이 속해 있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15일 논평을 내고 "심각한 사실 왜곡이며 국정브리핑의 여론 조작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며 "사실 호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김완 상임활동가는 한 인터넷에 '김동민은 무식인가, 파렴치인가'라는 글을 기고하고 "참여정부에서 타락한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몰아쳤다.

이에 김 대표는 16일 민언련 게시판에 "문제 제기를 한 형식과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민언련도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17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김 대표의 글이 매우 부적절했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개혁진보 진영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래도 회원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김 대표는 17일 다시 글을 올려 "국정브리핑 기고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제성호 법대 교수는 "'의견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진보 진영이 내부의 비판 의견을 묵살하려고 하는 행태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 김동민 대표 = 1998년 월간 '열린 전북' 편집위원장을 지냈으며, 올 3월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이 '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고려대 임학과 - 한양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박사)를 거친 김 대표는 현재 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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