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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까스'식당에서 '슈샤인보이'까지 …전쟁 직후 1950년대 대구는

중앙일보

입력

소아과에 '동까스'식당까지 있는 1950년대 대구 

대구 도심 한가운데 있는 미군 PX.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도심 한가운데 있는 미군 PX.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대 대구의 한 주택가 골목. 아이들이 반바지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대 대구의 한 주택가 골목. 아이들이 반바지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한국전쟁(1950년~1953년)이 막 끝난 1950년대 초 서울은 폐허였다. 폭격으로 건물 곳곳이 부숴진 상태였고, 도시는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 부모를 전쟁으로 잃은 아이들이 길에서 울고 있고, 걸인이 넘쳐났다. 여러 사진으로 전쟁 직후 서울 등 우리나라의 참혹한 1950년대 모습은 이렇게 생생히 전해진다.

서울 등과 달리 후방인 대구는 부산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 전쟁터라기보다는 '피란지'였다. 미군들의 보급 부대가 주둔했었고, 전국 각지에서 전쟁을 피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직접적인 전쟁터에서 비켜나 있어서일까. 한국전쟁 직후를 보여주는 주요 사진에서 대구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구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은 한국전쟁 직후의 주한미군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은 한국전쟁 직후의 주한미군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근대역사관이 한국전쟁 당시 대구에서 근무한 미군들의 사진 50여점을 수소문해 구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전쟁 직후 대구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담은 사진들이다.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남성이 대구 시내를 지나간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남성이 대구 시내를 지나간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사진은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으로 나뉘어 있다. 흑백은 주한 미군으로 1955년까지 대구 K-2 공군기지에서 근무한 고 제임스 존슨(1925년생)이 촬영한 것이다. 컬러는 익명의 당시 미군들이 1950년대 초 대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사진을 대구근대역사관이 문화자료 수집가들을 통해 구입했다.

미군 구두를 닦는 소년들 옆으로 동까스, 오무라이스를 판매한다는 간판이 보인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미군 구두를 닦는 소년들 옆으로 동까스, 오무라이스를 판매한다는 간판이 보인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도심에 미군 PX 눈길 

이들 사진으로 살펴본 대구의 당시 모습은 서울 등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달랐다. 폭격으로 건물이 부서져 있는 등 폐허의 모습은 없었다. '동까스', '오무라이스', '초밥' 등을 파는 식당이 보였고, '소아과'라는 간판을 건 병원까지 영업 중이었다.

미군 구두를 닦는 소년들 옆으로 동까스, 오무라이스를 판매한다는 간판이 보인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미군 구두를 닦는 소년들 옆으로 동까스, 오무라이스를 판매한다는 간판이 보인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오징어를 잔뜩 끄집어내 말리고 파는 상인들, 사과를 주렁주렁 역어 파는 여성들, 알루미늄 캔 음료수, 잡지 같은 것을 파는 가판대도 눈에 띄었다. 모자를 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쭈그려 앉아 미군들의 구두를 닦는 모습도 사진에 담겨 있었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던 전쟁 직후 경제 활동이 마비된 폐허 속의 대한민국 모습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과를 파는 대구 여성.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사과를 파는 대구 여성.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잡지와 캔 음료수 같은 것들을 파는 가판대.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잡지와 캔 음료수 같은 것들을 파는 가판대.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헐벗고 굶주릴 것 같은 시민들의 모습도 예상과 달랐다. 양산을 쓰고 길을 가는 여성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선글라스에 제복을 차려입고 멋을 잔뜩 낸 경찰관이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성들이 길에 앉아 담배를 한 개비 입에 문 모습, 양복을 입고 지나가는 중년 남성도 미군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양산을 쓴 여성들이 대구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거리 옆에 '소아과' 간판이 보인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양산을 쓴 여성들이 대구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거리 옆에 '소아과' 간판이 보인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담배를 한개비 피워물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구 여성.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담배를 한개비 피워물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구 여성.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에 미군들이 많이 주둔해서일까. 대구 시내 한 건물 앞에 PX로 불리는 미군 매점인 'TAEGU POST EXCHANGEPX'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인포메이션(INFORMATION)이라고 크게 적힌 한 미군 사무실 앞에 한복을 입고 한 노인이 지나가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인포메이션이라고 적힌 영어 간판. 그 옆을 한복을 입은 노인이 지나간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인포메이션이라고 적힌 영어 간판. 그 옆을 한복을 입은 노인이 지나간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판자촌이 몰려 있고 그 앞에 반바지를 입은 아이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여성들이 단체로 강가에 쭈그려 앉아 빨래하는 모습도 미군들의 카메라에 촬영됐다.

판자촌의 모습.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판자촌의 모습.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버스를 기다리는 대구 시민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버스를 기다리는 대구 시민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1950년대 대구역 일대의 모습.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1950년대 대구역 일대의 모습.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경상감영길에 위치한 대구근대역사관은 이들 사진을 오는 11월 25일까지 '사진으로 다가온 대구 1950S'라는 주제로 전시한다. 무료입장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강가에서 앉아 대구 여성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강가에서 앉아 대구 여성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근대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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