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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 연구단지|「고급두뇌」 분규 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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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고급인력이 모인 충남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극심한 노사분규에 휘말려있다.
첨단과학산업분야에서 연구하는 석·박사들까지 참여한 노사분규는 연구자율권보장 및 임금인상이 쟁점이 돼 연쇄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기처 산하 7개 연구소가 있는 대덕연구단지에는 지난 12일 한국인삼연초연구소 노조가 임금교섭과 연구자율권보장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16일 전자통신연구소가 파업에 돌입, 이들 2개 연구소의 업무와 연구활동이 1주일째 마비된 상태.
또 화학연구소와 에너지 연구소 노조도 지난 13일과 15일 갱의 신고서를 내 냉각기가 끝나는 23일과 25일부터 각각 파업에 들아 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7일 노동쟁의 발생 신고서를 낸 뒤 수 차례 협상 끝에 극적 타결로 파업고비를 넘긴 동력자원연구소 노조마저 다른 노조들과 연대투쟁을 할 것으로 보여 대덕연구 단지 내 7개 연구소 중 5개 연구소가 분규를 맞고 있다.
나머지 선박연구소와 표준연구소 측도 이에 동조할 기미를 나타내 대덕연구단지는 한차례 불어닥칠 고급인력의 분규회오리로 큰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파업 또는 쟁의신고를 낸 연구소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한국인삼연초연구소·한국화학연구소·한국에너지연구소·한국동력자원연구소등 5곳.
이들 5개 연구소의 5천2백70명 중 노조원은 2천2백84명, 이 중 석사 등 연구원이 1천4백84명이고 박사는 53명.
5개 연구소 노조원 1천여명은 지난 19일 낮12시쯤 대덕단지 관리소 앞에 모여 노동악법철폐·근로조건 개선·연구자율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민영화 움직임 철회 촉구와 연구기관 통·폐합에서 빚어진 부작용이 전면 해소될 때까지 연대투쟁을 결의다.
이들은 90년대 이후 정부측이 연구기관에 대한 예산권을 남용, 연구기관 내의 모든 운영상황을 통제해 각 연구기관들의 독자적인 연구분위기를 해쳐 과학기술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1년 연구기관 통·폐합은 연구소마다 전문분야가 다른 연구원들간의 갈등 등으로 연구의 비효율성 등을 불러일으켜 큰 문제라며 이의 시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당국이 연구소의 운영예산통제관리와 함께 연구원들의 임금까지 동결, 타 기관 업체에 대해 임금이 크게 떨어져 연구활동에 의욕을 잃고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경우 석사초임이 기본급 30만원선에 연봉 6백99만원(월56만6천원) 으로 같은 급수 통신공사의 연봉 1천a11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이는 일반회사 대리급의 연봉 8백만원에도 못 미치며, 박사도 초임이 월 96만7천원이고 5년이 넘어야 1백11만6천원을 받고있었다.
전자통신연구소노조 주진천 노조위원장(32)은 『이같이 임금체계가 정부산하 공사나 일반업체보다 낮다』며 『최소한 임금 68%를 인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이러한 실정 때문에 연구원들의 이직현상마저 빚고있어 연구인력 양성과 첨단연구산업발전에 문제가 되고있다』고 했다.
연구소의 파업이 확산되고 있으나 협상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아 대덕 연구단지 연구소들의 노사분규는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
정부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성격상 사용자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수습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연대투쟁으로 번져 「산너머 산」이 된 셈. 그럼에도 이들의 파업농성은 여느 일반사업장과는 달리 비폭력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노사분규의 새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자통신공사 노조원 5백여명은 20일 오후 「대동단결」이란 머리띠를 두르고 연구소 구내를 돌며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행진시위를 했다. 『이처럼 불합리한 임금체계에도 불구하고 사용주측인 정부가 성의 없이 방관만하고 있는 것은 연구단지자체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 아닙니까.』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원들은 『연구원을 유치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니 첨단 과학산업발전을 내세운 자체마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인삼연초연구소 송영하 노조위원장(36)은 『연구원들이 임금문제 등으로 파업을 하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 비난이 있을지 모르나 상대적인 저임금과 연구소 내 자율권 미흡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며 『생계보장과 민주적 연구활동 보장을 위해 각 연구소 노조와 연계,끝까지 싸워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첨단 과학산업발전을 위한 대덕연구단지. 석·박사들의 고급인력이 연구대신 파업농성 등으로 연구를 못하고 있는 이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 이 해를 넘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대덕=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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