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탐·구 ⑧ 제주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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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 탄 신사' 진철훈 단식투쟁 끝 여당 후보로
'삼성 CEO 출신' 현명관 뚝심·소신 … 공들여 영입
'9급 출신 도지사' 김태환 행정경험 풍부 … 재선 도전

◆ 열린우리당 진철훈 제주지사 후보는=제주 오현고 시절 부모들은 그가 법대를 가기 원했다. 하지만 그는 공대에 가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 진 후보는 한양대 건축공학과 시절 교내 학술논문 경시대회에서 '제주도 건축 개선방안 연구'로 대상을 받았다.

졸업한 뒤 기술고시에 합격하고 1978년 서울시 공무원(건축직 사무관)의 길로 들어섰다. 26년간 줄곧 건축.주택 등 도시개발 분야에서 일했다. 서울시 5급 이하 1314명의 직원이 설문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의 별명은 '조랑말(제주도 특산물) 타고 온 신사' '귀 큰(얘기를 잘 들어주는) 국장'이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98년부터 2년6개월 동안 월드컵경기장 건설단장이었던 그의 지휘를 받아 완공됐다.

-당에서 한때 김태환 현 제주지사를 영입하려 했지만 진 후보가 단식투쟁으로 맞서 포기시켰는데.

"상당한 소모전을 치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곡절을 겪으면서 김태환 후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다. 전화위복이다."

-당에 대한 섭섭한 감정은.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13일 정동영 의장이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하기까지 마음 고생이 컸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무소속 김태환 후보나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

◆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는=그의 인생엔 세 번의 큰 도전이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서울고)로 유학을 떠난 것, 행시(4회) 합격 이후 안정적인 감사원 공무원의 길을 걷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것, 그리고 유학에서 돌아와 공무원을 그만두고 삼성그룹에 입사한 것이다. 현 후보는 한나라당이 자랑하는 거물급 CEO 영입 케이스다.

수도권 지역의 도지사 후보감으로도 거론됐지만 그는 결국 고향 제주를 택했다. 별명은 '현통'. '현고집통'의 줄임말이다. 현 후보는 "그만큼 소신과 신념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주 신라호텔 건설을 밀어붙여 세계적인 호텔로 발전시킨 것이 그의 업무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당 지지율에 비해 고전하고 있다.

"처음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지지도가 불과 6%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엔 김태환 현 지사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하고 있다. 능력과 자질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시작됐다."

-제주도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제주도에서 사업하거나 직장에 다녀야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객지에서 당당하게 '제주인'으로서의 긍지를 살려나가는 것도 큰 기여다."

-병역과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이 있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61년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행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하면서 징집 시기가 늦춰졌고, 결국 나이가 많아 적법하게 면제됐다. 부끄러운 행위를 한 적도 없다."

◆ 무소속 김태환 후보는=9급 말단 공무원에서 도지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초등학교 때 부친을 잃은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고시를 포기하고 64년 내무부 공무원이 됐다. 행정주사.사무관.서기관 등으로 계속 승진했고, 남제주군수.제주시장 등의 임명직을 거쳐 민선 제주시장과 제주지사를 지냈다. 승승장구했지만 '철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98년 제주시장 선거 때는 국민회의 소속이었다. 2002년 재선 때는 무소속으로 단독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회의를 승계한 민주당과의 불화 끝에 탈당한 것이었다. 2004년 제주지사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깃발을 들고 당선했다. 그리고 지난 2월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현명관 삼성물산 전 회장 영입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 뒤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무소속 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최근에는 열린우리당 입당을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그리고 사죄한다는 뜻으로 9일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잦은 당적 변경으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으로 인해 정치에 혐오감을 느껴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열리우리당 입당 선언은 당과 진철훈 후보가 경선 방식에 합의한 것으로 잘못 알고 한 것이었다. 선거에서 나의 정치적 미숙함에 대한 도민들의 심판을 받겠다."

특별취재팀=신용호.이상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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