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판사 대법원 재판자료 폐기 … 윤석열 지검장 “증거인멸 책임 묻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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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법원 재판 자료를 반출한 유해용(62·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변호사가 관련 자료들을 모두 폐기한 것과 관련,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검찰 “이유없이 영장심사 3일 미뤄” #법원 “업무분장 내규따라 처리”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관계자는 11일 “자료 파기를 막기 위해 신속히 영장심사를 해달라고 특별히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영장심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3일간 미뤄졌다”며 “그렇게 미뤄지는 동안 형사사건의 증거물임이 명백한 대량의 대법원 재판 자료가 고의로 폐기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세번째압수수색 영장의 대부분을 기각한 박범석 서울중앙지검 영장담당부장 판사가 2014년 유 변호사와 대법원에서 함께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한 점을 들어 “영장심사를 회피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일반의 상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부장판사가 영장심사를 사흘이나 끈 것이 유 변호사의 자료 폐기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변호사가 압수수색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e메일을 돌린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기자단에 보내는 공식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유해용 전 연구관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건은 영장청구사건의 업무분장 등에 관한 지침(내규)에 따라 처리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에 대해 업무상기밀누설 혐의와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한 최근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식적으로 법원을 비판한 건 처음이다.

한편 유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일 1차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영장에서 허용한 특허사건번호 외에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해 무려 5시간 가까이 최대한 많은 파일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등 별건 압수수색의 의도가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김민상·정진우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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