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위장전입 커트라인보다 더 낮췄는데도 걸린 이은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 후보자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 후보자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1일 인사청문회를 치른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대법원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청와대 기준보다 완화된 요건으로 위장전입 관련 심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2005년 7월 이후 일어난 위장전입을 심사해 고위 공직자 임명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추천위 심사에선 그 기준 시점을 ‘2006년 이후’로 정한 것이다.

한 추천위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위장전입 논란이 2006년 가장 심했다는 얘기가 회의 때 나오면서 ‘그 이후에 일어난 위장전입만 문제 삼자’는 취지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 같은 시점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9명의 추천위원 간 의견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추천위원들이 주로 언급한 2006년 위장전입 논란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내정 단계에서 밝힌 해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청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자 “북한산 정기(精氣)를 받으면 승진할 수 있다는 후배 말에 따라 주소를 옮겼다”고 해명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야당은 “과학수사를 강조하는 21세기에도 주술(呪術)에 의존하느냐”는 비판도 했다.

추천위가 위장전입 심사 조건을 완화했지만, 이 후보자는 이 기준을 넘지 못했다. 2007년 8월(서초→마포)과 2010년 6월(서초→송파)에도 실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주소지를 바꾼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위장전입 관련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위장전입 관련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다른 추천위원은 “우리가 7명의 명단을 최종적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는데, 이은애 후보자는 논의 초기부터 추천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위장전입 기록을 깊이 있게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천위원이었던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추천위원들이 적극적으로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대법원이 제시해 준 자료를 토대로 심사했기 때문에 위장전입과 같은 의혹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07년 주소 이전에 대해 “중2였던 장남이 학업에 전념하지 않아 전학을 시키려고 방학 중 친정에 보내놓고 전입신고를 했다”며 “다시 학업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해 서초동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2010년 주소 변경에 대해선 “이때도 장남이 학업을 소홀히 해 다시 전학을 가려고 사촌 동생이 살던 잠실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장남이 전학을 거부해 다시 서초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은 이날 청문회 때 여당에서도 나왔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좋은 학군으로 옮기기 위한 주소지 변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도 “아이의 공부 문제로 학교를 옮기려 했다는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 노력하는 소수자를 보호해야 하는 재판관으로서 부적절한 이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