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고등학교 교실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뷔와 함께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토트넘)과 이승우(베로나) 사진이 나란히 걸린 모습이 올라왔다. 칠판에는 이승우가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오늘의 훈남. 승우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고 적혀있다.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요즘 아이돌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손흥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59만명에 달한다.
칠레전 예매분도 연속 완판 #팬공개훈련은 아이돌콘서트급 #10대와 20대 소녀팬들 급증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기폭제
한국축구대표팀이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른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는 3만5920석 모두 매진됐다. 축구대표팀 경기가 매진된건 2013년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8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팬공개 오픈트레이닝에는 역대 최다인 1100명이 몰렸다. 전날부터 텐트치고 밤샘 자리맡기에 나선 팬도 있었다. 손흥민과 이승우가 손을 흔들면 소녀팬들이 “꺅!”하고 비명을 외쳤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칠레와 평가전 예매석도 이미 매진됐다. 전날 4만760석 중 당일판매분 200석을 제외하고 완판됐다.
한국축구는 최근 몇년동안 국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종목 중 하나였다. ‘고구마 100개를 먹은듯한 답답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요 팬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추억을 간직한 30대~40 남성팬, 주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는 10대~20대 남자팬들이었다. 여성팬들을 많이 보유한 프로야구를 부러워하는 축구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으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리고 한국축구가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게 기폭제가 됐다. 우즈베키스탄과 난타전 끝에 승리하고, 일본과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이 이겼다. 워낙 극적인 승부들이 연출되면서 국민들은 많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평소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던 여성팬들도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여기에 손흥민과 이승우,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축구실력 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출중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수퍼스타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은 여심을 자극했다.
20세 이승우는 ‘뽀시래기(경상도 사투리로 부스러기란 뜻인데, 요즘엔 귀여운 막래란 의미)’라 불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광고판 위에 올라가 양손을 귀에 갖다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그런 당돌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키 1m84cm에 훤칠한 외모의 황의조는 빙글 돌아서 골문이 찢어질듯한 대포알슛을 터트렸다. 그러자 축구대표팀에 열광하는 10, 20대 여성팬들이 급증했다. 축구장과 훈련장에는 ‘빛흥민’, ‘킹의조’, ‘승우야, 숲을 바라보지 말고 나만 바라봐’란 피켓이 등장했다.
한국축구는 1998년에 안정환-고종수-이동국 트로이카가 등장하면서 K리그가 르네상스를 맞았다. 축구계에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모처럼만에 축구열기를 이어가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칠레전은 단순한 평가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