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새 풍속도 가족프로그램이 붐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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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연말을 보내는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동창모임·고향모임·직장모임 등 어른들만의 망년회를 즐기던 데서 가족단위로 오붓한 한때를 보내는 것으로 한해를 정리하려는 가정이 점차 늘고있다.
길박정씨(33·서울도곡동)는 『이번 연말에는 올해를 기념하는 뜻에서 가족 모두 뮤지컬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고 말하고 『가족 각자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호텔·백화점·여행사 등 업계와 공연단들은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동방플라자는 22일 오후1시 이벤트흘에서 가족들이 함께 부르는 「가족 캐럴송 경연대회」를 갖는 한편 25일 오후1시에는 극단 배우극장의 뮤지컬 『스쿠루지』를 이벤트홀 무대에 올려 무료 공연할 계획.
금년 처음으로 경연대회 형식으로 열리는 「캐럴송…」는 20일까지 20개 참가팀 한정으로 접수를 받고 있다.
연말시즌을 맞아 가족단위 프로그램 개발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단연 호텔업계. 서울힐튼호텔은 뷔페식당 오랑제리에서 24∼25일 「단란한 가정을 위한 성탄절 축하특선」을 마련, 평상시 가격(일반 2만2백10원, 5∼11세 1만1백5원)으로 특선메뉴인 칠면조구이·왕새우요리와 함께 어린이에게는 성탄절 축하생강빵이 무료 제공된다.
또 호텔룻데에서는 카페 프린세스에 주말가족특선을 마련해 토·일요일, 공휴일에 가족을 동반한 식사객들을 위해 3가지 정식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성인남자·성인여자·어린이용으로 특색을 갖추고있는데 예컨대 어린이용으로는 ▲양송이 수프 ▲나륵풀소스를 넣은 마르코폴로식 스파게 티 ▲아이스크림 등이 8천5백원으로 개별 가격보다 25% 싸다.
14층에 마련돼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는 30,31일 오후 7∼9시와 오후 9시30분∼11시30분에는 2천원어치 구매자에게 행운권을 주고 이를 추첨하기도 하고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진행도 한다. 입장료는 5백원.
한편 여행업계들은 최근의 해외여행붐과 연결, 3박4일·4박5일 등 1주일 미만의 단기코스를 가족프로그램으로 내놓고 있다.
기간이 짧은 만큼 대만·홍콩·마닐라·후쿠오카 등 대체로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인 지역들인데 1팀에 10∼16명으로 4∼5가족이 되게끔 짜여져 있다. 3박4일로 대만을 다녀올 경우 1인당 경비는 35만원 정도가 든다.
공연단들도 어린이·어른 구별 없이 가족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86년 초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작년부터 연말 가족단위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굳혀온 작품. 올해도 16∼28일 오후3시·7시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극단 현대앙상블은 「가족모두에게 드리는 뮤지컬」로 「세르반테스」원작의 『동키호테』를 이상춘 연출로 지난 1일부터 현대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하루 2회(오후4시·7시)로 내년 1월말까지 계속된다.
호텔롯데 홍보실 한태숙씨는 『생활수준이 점차 향상되고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단위로 기념이 될만한 일거리를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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