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판사’ 박보영(57ㆍ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의 일선 법원 복귀는 험난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대법원 판결에 해명 요구 #박 전 대법관, 경찰 등 도움 받아 묵묵부답 출근
박 전 대법관은 1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 처음 출근했다. 앞서 지난 1월 대법관 퇴임 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던 박 전 대법관은 시ㆍ군 법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다. 퇴임한 대법관의 시ㆍ군 법원 임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군 법원은 주로 소액 사건 등을 다루는 곳이다.
순천 출신인 박 전 대법관은 고향 주변 지역인 여수시법원에 오전 9시 30분쯤 관용차를 타고 도착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환영이 아닌 항의 인파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40여 명은 박 전 대법관이 출근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법원 앞에서 기다리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전 대법관이 대법관 시절인 2014년 11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사 측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재판과 관련해서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해당 재판을 두고 ‘상고 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법관의 해명 및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정리해고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이유와 회계조작이 없었다고 보는 근거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승태 사법농단 박보영은 대답하라’ ‘시골 판사? 공범 판사!’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경찰과 법원 경호 인력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집무실로 향했다. 노동자들의 기자회견과 취재진의 인터뷰 등에는 응하지 않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은 박 전 대법관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대법관은 첫 출근에 대한 짤막한 소감만 법원 측을 통해 밝혔다. 그는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고 1심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수=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