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늘씬한 패션모델, 멋진 옷처럼 생활도 멋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항상 예쁜 옷 입고 사진이나 찍으니 좋겠다."

패션 모델을 보게 되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패션 모델들. 패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브라운관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모델이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외양보다 막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자기관리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델 송경아(27). 1m79cm의 키와 날렵한 몸매로 1997년 수퍼모델 대회로 데뷔한 이래 현재 케이블 방송에서 신인 모델을 발굴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행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나름대로 잘나가던 국내 모델 생활을 잠시 미루고 2004년 가을 미국 뉴욕으로 훌쩍 떠났다. 그리고 1년 3개월을 세계의 패션가를 주도하는 현장에서 부대끼며 '살아남았'다.

모델을 안 했으면 만화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그녀가 뉴욕 생활을 만화와 글로 풀어낸 '패션모델 송경아, 뉴욕을 훔치다'(랜덤하우스 중앙)를 보면 세계 무대를 뛰면서 하루하루 전쟁하듯 치러낸 치열한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어제도 혼자 여섯 곳의 캐스팅을 다니느라 몸이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발에도 온통 물집이 잡혔다. 운동화를 신고 다니다가 캐스팅할 때만 구두로 갈아신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영어사전과 카메라 등으로 꽉 찬 가방이 너무 무거워 구두까지 들고 다닐 여력이 남아 있질 않다."(본문 42쪽)

그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었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것. 그는 "치열한 고생 덕분에 어떤 악조건에서도 세상을 튕겨내 버릴 자신감은 얻었다"고 털어놓는다.

쇼를 준비하는 동안 모델에겐 밥도 안 준다는 콧대 높은 패션 강국 파리와 밀라노의 횡포를 끝내 이겨낸 그의 활약상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몸매관리는 어떻게 했을까. "다행히 제가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 축복을 받은 거죠.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죠. 게다가 슬림한 모델을 선호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지면서 남성 모델들도 마른 체형이 인기죠. 이들은 쇼할 땐 오이만 먹고 일해요. 물론 쇼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도시락 2, 3개를 먹어치우지만."

송경아의 소속사인 에스팀(Esteem)의 신귀란 이사는 "폭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한다. 일반인이 언뜻 생각하는 화려하고 우아한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요샌 모델이 되고 싶다는 초등학생들의 메일을 많이 받아요. 그렇지만 모델은 한철이에요. 이 일을 그만두면 또래와 어울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학교를 팽개치면 나중에 돌아갈 수가 없죠. 고등학교는 나오고 연락하라고 말해 줘요."

어느 분야든 우연한 성공이란 없다. 노력 없는 대가도 없는 법이다. 송경아는 이미 그것을 아는 모델이다.

조도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