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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에서 가정폭력까지…여성대상 범죄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대학생 A씨(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했다가 한 남성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받았다. 이 남성은 "같은 동네에 산다. 만나자"며 음담패설을 남겼다. A씨는 이 메시지를 당장 삭제하고 이 남성의 계정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계속 날라왔다. 일부는 음란한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대상 범죄 집중 단속 #100일간 여성범죄 4300건, 4700명 적발 #가정폭력·성폭행·사이버음란물 등 유포 순

그러던 중 A씨는 지인에게 자신의 사진과 신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지인이 알려준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했더니 자신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이 떴다. 그 옆에는 A씨의 이름과 학력, 주거지 등 개인정보도 올라와 있었다. 놀란 A씨는 당장 경찰에 신고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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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A씨의 중학교 동창 박모(21)씨였다.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중·고교 여자 동창 등 17명의 SNS에서 사진을 내려받은 뒤 음란 사진과 합성했다. "사생활을 문란하다"는 허위 글도 썼다.
이후 고교생 안모(18)군 등 2명에게 전달했다. 합성사진은 안군 등이 운영하는 인터넷 페이지에 올라가면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음란물 유포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박씨를 구속하고 안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구속된 후에도 A씨의 피해는 끝나지 않았다. 주변에도 헛소문이 알음알음 퍼진 것이다. A씨는 현재 개명을 고민하고 있다.

몰카·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만 3개월 사이에 4700명이 넘는 여성대상 범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여성 대상 범죄 집중 단속을 벌여 4300여건을 해결하고 4728명을 붙잡았다. 이 중 109명을 구속했다.

유형별로 보면 가정폭력이 2365건으로 가장 많았다. 검거된 사람만 2669건으로 이 중 12명이 구속됐다. 성폭력이 1451건(1573명 검거, 84명 구속)으로 뒤를 이었고 사이버 음란물 등 유포가 170건(112명 검거, 2명 구속)이었다. 데이트 폭력으로 적발된 사람도 374명으로 11명이 구속됐다. 몰카나 데이트폭력·가정폭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만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집중 단속을 벌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시흥시에서는 이혼을 앞둔 아내를 상습적으로 협박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이혼조정 기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가만두지 않겠다"며 여러 차례 협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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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몰카와 이로 인한 사이버 음란물 등 유포는 2차 피해까지 끼칠 수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특별수사단도 최근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정모(28)씨와 고교생 전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남 목포 지역 버스정류장 등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면서 여중·여고생의 신체 부위를 25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이를 팔아 12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전군도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로 여학생들을 불법 촬영해 SNS에 올렸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이 올린 영상물 등을 내려받아 가지고 있던 이모(32)씨 등 29명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이들 중 일부는 SNS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범행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영상물을 내려받는 것도 범죄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사이버 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웹하드·음란 사이트 등 불법 촬영물 유통 플랫폼, 이와 유착한 헤비업로더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성범죄나 가정폭력·스토킹·데이트 폭력 등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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