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성희롱 폭로하자 명예훼손 조치하겠다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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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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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겪은 성희롱을 제보받기 위해 한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제보받기를 중단했다. 이름이 거론된 학교에서 제보 학생을 찾아내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인권 대나무숲’ 운영자는 29일 긴급 공지글을 통해 “당분간 제보를 받지 않는다”며 “댓글에도 해당 교사 혹은 학생의 실명, 초성도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운영자는 그 이유로 “현재 제보자 또는 댓글을 단 사람에게 명예훼손을 비롯한 법적 조치를 가하려는 학교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교사로부터 부당한 체벌을 받았다는 글부터 언어적 성희롱,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까지 있었다는 다양한 피해 글이 올라와 있다.

페이지 운영자는 KBS에 “학교 측에서 제보자를 찾으려 하고 있다”며 “너무 무서우니 글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청이 대구의 한 사립학교 성추행 피해를 조사하던 중 학생 신원이 학교 측에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S여중 학생들은 남자 교사에게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례를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여 폭로했다. 이후 교육청은 사실 확인을 거쳐 일부 학생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학교는 성추행 혐의 교사 3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S여중 교장 등 학교 관리자와 함께 조사 결과를 정리했는데, 조사지에는 피해 학생 69명의 신원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결국 학생의 신원이 학교 측에 알려졌고 학교는 파악한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학교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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