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갈등 녹이는 '사랑의 용광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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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가정은 행복을 가꾸는 터전이고 사랑을 나누는 보금자리다. 사진은 한 가족이 게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이다. 중앙포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가정은 공동 생활이 이뤄지는 최소 단위이자 사회 생활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가족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사회 생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오늘날 가정의 모습을 살펴보고, 건강한 가정의 가치 등을 공부한다.

◆ 가정이란=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생계나 주거를 함께하는 생활 공동체다. 따라서 가족의 부양과 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뤄지는 생활 공간이다. 가족이 가정의 구성원인 '사람'에 초점을 뒀다면, 가정은 가족이 공동 생활하는 '공간'을 뜻한다.

가정의 기원은 원시 농경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한곳에 오래 머물며 가정이라는 생활공동체가 형성됐다. 가정은 그 뒤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거치며 크게 변모했다.

전통적으로 가정은 남녀가 부부로 결합하면서 생기는 사회의 최소 단위다. 즉, 결혼은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뜻하고, 부부는 아이를 낳거나 입양을 통해 부모.자식 관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의 가족 구성은 더 이상 혼인이나 혈연.입양 관계만으론 설명할 수 없게 됐다.

◆ 핵가족도 무너져=우리나라 가정의 전통적인 모습은 대가족이었다. 1960년대만 해도 3대 가정이 흔했고, 결혼한 여러 형제가 한 집에 사는 일도 적지 않았다.

산업화 물결 속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촌을 떠나 공장이 있는 도시로 이동하면서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 시대가 열렸다.

핵가족은 부부와 결혼하지 않은 자녀로 이뤄진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부모 부양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80년대 후반부터는 핵가족제도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혼이 급증하고, 결혼 적령기를 넘겨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독신 가정이 늘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정은 268만 가구로 추산된다. 여기에 배우자 없이 아이를 키우는 홀부모 가정까지 합치면 독신 가정은 50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혈연 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가족처럼 사는 공동체 가정도 생겼다. 자녀 교육을 위해 헤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도 흔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동성애 가족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선 확산되는 추세다.

◆ 가정의 역할=가정은 인격을 형성하는 곳이며 행복을 가꾸는 터전이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는 보금자리도 된다. 가정은 정서적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들이 밖에서 활동하다 들어오면 휴식과 위로를 통해 재충전할 수 있는 안식처다.

삶의 지혜와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전통적인 부모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가정의 훈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또한 자녀는 가정에서 부모를 보며 성 역할을 자연스레 익히기도 한다.

◆ 건강한 가정을 만들려면=국내 경영자들 가운데 절반은 회사보다 가정 경영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4~28일 기업 임원급 4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직장의 성공이 꼭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에서 말하는 건강 가정은 "가족 모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이다. 즉,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려면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적.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갈등이나 위기 등의 문제가 없는 가정을 뜻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정을 말한다. 이런 가정의 부모는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며, 긍정적이고 편안한 자화상을 가졌다. 자녀를 교육할 때도 항상 인간미 넘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문제 가정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 때문에 모든 힘을 소모하게 돼 막상 문제를 해결할 자원이 남지 않는다. 따라서 가족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감정이 억압돼 자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결국 자녀들은 폐쇄적으로 자라나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며, 성인이 돼도 독립심이 부족하게 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 화목한 가정을 만들려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들어준다.

.다른 이에 대한 존경심을 가르친다.

.신뢰 의식을 키운다.

.유머와 오락을 즐긴다.

.가정의 의식과 전통을 지킨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가르친다.

.남의 인격을 서로 존중한다.

.남을 돕고 봉사한다.

.여가를 잘 선용한다.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

※자료:'부부의 십계명'(전택부.윤경남 지음, 홍익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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