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대장의 반란 일찍 발견만 하면 '초동 진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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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대장 용종 다섯 명 중 한 명꼴=대장암은 게으르다. 그도 그럴 것이 발병부터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걸린다. 대장암은 용종(폴립)에서 시작된다. 용종은 크게 염증성 용종, 과증식성 용종, 선종으로 분류된다. 이 중 선종이 암으로 발전한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는 "발암인자의 증가뿐 아니라 비만.고지혈증.당뇨병과 같은 성인병도 대장암 증가의 요인"이라며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장암이 10년 내 암 발병 순위에서 선두다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국내 용종 발생률은 얼마나 될까. 한솔병원 대장내시경센터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증상 없이 병원을 찾은 35세 이상 남녀 6484명에게 대장내시경 진단을 한 결과 18.9%인 1189명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용종이 한 개인 사람은 822명(69.1%), 세 개 이상인 사람도 158명(13.3%)이나 됐다. 특히 이들 중 대장암으로 판명된 환자는 5.7%인 68명에 이르렀다.

◆ 조기 진단만이 살 길=대장암은 2기 말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암 덩어리가 커져 배변의 흐름을 막고, 대장 근육층을 파고들어 통증이 생길 때까지는 얌전하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을 통한 조기 진단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렇다고 매년 부끄럽고 힘든 대장내시경 검사를 감내할 필요는 없다. 서울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유전력에 의심이 가거나 발암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이라면 40세부터 3~5년에 한 번, 50세부턴 격년으로 받아도 무방하다"고 권한다. 하지만 가족 병력이 있거나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등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유전력이란 체질적으로 암에 취약한 것을 말한다. 박동일 교수는 "우리 몸에는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 이를 정상화시키는 hMLH1, hMSH2와 같은 유전자가 존재한다"며 "암에 잘 걸리는 사람은 이런 유전자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장연구학회 용종연구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대 이하 위암 환자군의 경우 대장암 발병률(3.52%)이 정상인 군(0.33)에 비해 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성 용종증의 경우 20세에선 4%, 30세 13%, 35세 23%, 40세 35%로 대장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

◆ 똥이 예뻐야 건강하다=대장내시경은 단순히 진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대장을 들여다보면서 용종을 발견하면 즉시 도려낸다. 그러나 용종이 암덩어리로 바뀌었다면 상태에 따라 광범위한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변에 피가 섞여 있다면 암이 근육층을 파고들어갔을 정도로 커졌다고 보면 된다. 실 같은 출혈이 계속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

하지만 변에 섞인 혈액은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혈액은 시간이 지나면 굳으면서 검은색으로 변하므로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 쪽이면 붉은색을, 먼 쪽이면 검은색을 띤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배에 멍울이 만져진다거나 빈혈이 생기면 대장암 3기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변에 피가 묻어 있다고 모두 대장암은 아니다. 선홍빛 피는 변비로 항문이 찢어져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고, 점액성변에 혈액이 섞였다면 궤양성 대장염 가능성이 크다.

대장암을 막는 최선의 예방책은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 양형규 원장은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육류를 줄이고, 섬유질과 수분 섭취를 늘리며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 대장내시경을 '꼭' 받아야 할 사람

▶50세 이상

▶가족 중 용종이 발견된 사람 (20세부터 검진 대상)

▶혈변이 있는 사람

▶궤양성 대장염 또는 크론병 환자

▶이유 없이 변이 가늘어지거나 설사가 나는 사람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

▶암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

▶술.담배를 즐기는 사람

▶암 유전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사람

자료=한솔병원 대장내시경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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