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 교통사고 늘자 … “차보험료 올려야” “물가 뛰는데”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구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금융당국에 뜻밖의 ‘강적’이 나타났다. 바로 폭염이다.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차량 운행이 늘면서 손해율이 크게 상승해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 요구가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손보사 “지난달 손해율 6.9%p 올라 #최저임금 상승도 보험료 인상 요인” #시민단체 “이익 줄면 보험료 만지작 #손해율 계산 적정한지부터 논란”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폭염일수(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31.4일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100년이 넘는 기상 관측 사상 딱 1회 있었던 ‘40도 이상’ 기록 횟수가 올여름에만 6회나 추가로 발생했다. 전국 95곳의 공식 관측소 중 61곳의 역대 최고기온이 새롭게 작성됐다.

이 기록적 폭염의 불똥이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튀었다. 손해율은 보험금(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을 보험료(소비자가 납부하는 금액)로 나눈 값이다.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영업 실적은 악화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한화손보·메리츠화재 등 상위 6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잠정)은 평균 87.4%로 평년보다 훨씬 더 높게 치솟았다. 지난해 7월 손해율(80.5%)보다 6.9%포인트, 2016년 7월(78.9%)보다 8.5%포인트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7월부터 본격화한 무더위 행진이 원인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폭염으로 출퇴근 시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가 더 애용되면서 도로에 차량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사고 건수도 증가했다는 얘기다. 사고 건수가 늘면 보험금 지급도 늘어나게 돼 손해율이 높아진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삼성화재에 접수된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1.2%씩 늘어났다.

8월 손해율은 이보다 더 높아졌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폭염이 8월에도 계속된 데다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차량 운행이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커서다.

이미 손보사들은 ▶정비수가 인상 ▶최저임금 인상 ▶2~3인 병실 건강보험료 적용 등을 이유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정비업체 공임이 평균 2만5100원에서 2만9994원으로 19.5%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 입원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도 부담이다. 자동차보험 입원 보험금을 2인실과 3인실 입원자에게도 지급하게 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손보사 관계자는 “정비수가 상승으로 3%, 최저임금 인상으로 2~2.5%, 건강보험료 적용 병실 증가로 1~2%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올여름 손해율까지 크게 올라갔다”며 “각종 인상 요인들을 다 반영하면 보험료를 7% 이상 올려야 하며 백보를 양보해도 최소한 3% 이상은 올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전용보험 확산에 따라 사업비가 절감됐고, 과도한 차량 수리 등을 줄이면 새나가는 보험료를 충분히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보험료 인상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보험료를 오히려 인하할 수 있는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폭염과 생활물가 상승으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보험업계와 협의해나가겠다”며 사실상 보험료 인상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시민단체도 금융당국에 힘을 보탰다. 윤철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손보사들은 이익이 줄면 보험료를 올리면 되니까 절대 손해보지 않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손해율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가피하게 올릴 수 밖에 없다 해도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