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폭파 김정일 지시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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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일 오전 검찰에 출두한 KAL기 폭파범 김현희 (26)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북한의 김정일로부터 친서 지령을 받고 대남 공작원 김승일 (당시 70세·음독 자살)과 함께 서울행 KAL 858기에 탑승, 폭발물을 기내에 장치하고 바레인의 아부다비 공항에 내리기까지의 범행 과정을 모두 시인했다.
김은 또 KAL기 폭파 목적이 ▲올림픽 참가 신청을 앞두고 서울행 항공기를 폭파함으로써 올림픽 참가 희망국을 줄여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고 ▲대통령 선거 등 한국의 정치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하며 ▲해외 근로자가 많이 탑승한 항공기를 폭파, 노동자계층의 대 정부 불신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3가지였다고 진술했다.
김은 또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나는 큰 죄인으로 피해 유가족들에게 죄스런 마음뿐이며 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귀순한 김만철씨 경우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만 나는 인명을 살상한 죄인』이라며 괴로워했다.
김은 이어 『지난해 안기부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김일성 부자라고 말했으나 이제는 가장 혐오스럽고 증오하는 인물』이라며 『북한에서는 남쪽이 민족성이 말살되고 외세에 짓밟혔다고 배웠으나 독립기념관과 현충사 등을 가보니 김일성 기념관 일색인 북한보다 남한이 민족혼을 일깨우는 교육이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의 범행 부분에 대한 조사가 끝남에 따라 북한측의 KAL기 사건 조작설을 없애기 위한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한편 김은 검찰 출두 하루전인 1일 『북한의 인민 검찰부에 해당하는 검찰에 출두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인민 검찰부에 가면 죽게 된다』면서 식사를 거른 채 큰 소리로 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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