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통 뮤지컬 무대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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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사극을 완성시킨 금세기 최고의 극작가며「현대의 셰익스피어」로 비견되는「베르톨트·브레히트」의 작품이 드디어 해금, 국내 무대에 오르게됨으로써 연극계의 숙원을 풀게 됐다.
주한 독일문화원의 후원을 얻어 중앙일보사와 민중극단이 공동주최, 10∼18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될 뮤지컬『서푼짜리 오페라』가 바로 그 화제작.
특히 이 작품은 서울 심퍼니 오키스트라가 협연, 국내극단 공연사상 처음으로 녹음이 아닌 라이브뮤지컬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출신으로 나치정권수립 이후 해외로 망명, 시·희곡·평론 등을 통해 반 나치운동을 전개했던「브레히트」는 47년 독일로 돌아가면서 동베를린을 선택, 56년 병사할 때까지 베를린 앙상불 극단대표로 활동하며 민중극창조에 주력했는데 이 같은 동독에서의 활동이 문제가 돼 국내공연이 번번이 좌절됐었다. 다산 작가로도 유명한「브레히트」의 초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서푼짜리 오페라』는 그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단숨에 끌어올린 작품.
거지들에게 구역을 배정해주고 구걸에 필요한 도구들을 빌려주는 등 거지 영업권을 가지고 있는「피첨」부부는 사업이 번창함에도 불구하고 외동딸인「몰리」의 애인이 런던의 칼잡이「매키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걱정에 싸인다. 「폴리」는 부모의 걱정은 아랑곳 없이 마구간에서「매키스」와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보낸다. 「피첨」부부는 딸에게 이혼을 강요하나 거절당하고「매키스」를 교수대에 보내는 계책을 세워 경시청 책임자「브라운」에게 고발한다.
「브라운」은 「매키스」와 군대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현재는「매키스」의 범죄를 눈감아주고 댓가를 받는 상부상조하는 사이. 「피첨」부부는「브라운」이「매키스」를 체포하지 않는다면 여왕 즉위식에 거지들을 동원하여 치안을 혼란케 하겠다고 협박, 마침내「매키스」는 체포된다. 「폴리」의 슬픔 속에 사형의 날은 밝아오고「매키스」는 운집한 구경꾼들 앞에서 교수대에 오른다. 이때「브라운」이 왕의 특사로 나타나 대관식을 맞이하여 「매키스」에게도 사면이 내렸음을 알려 모든 이들이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는게 줄거리다.
이원양 교수(한양대 인문사회 대학장) 역·정광수 연출로 16인조 서울 심퍼니 오키스트라(지휘「한스·위르겐·나겔」독일문화원장)가 협연한다.
중진 연기자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는 박인환(피첨 역) 이승철(매키스 역)씨, 뮤지컬로 기량을 닦은 양금석씨(몰리 역)등18명의 연기자가 출연, 3시간동안 열띤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다.
한편 독일문화원은「브레히트」작품 국내 첫 공연을 기념, 3∼9일 브레히트 주간을 마련하고 영화『서푼짜리 오페라』(감독「팝스트」·31년 작)를 비롯한 영화·비디오·노래·시 낭송·세미나·강연회 등을 무료로 공개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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