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MB청와대가 쌍용차 노조 강경 진압 직접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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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4일 쌍용차 노조 평택공장 점거 농성 과정에서 사측이 포크레인과 지게차를 동원해 바리케이트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하자 노조원들이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모습. [중앙포토]

2009년 8월 4일 쌍용차 노조 평택공장 점거 농성 과정에서 사측이 포크레인과 지게차를 동원해 바리케이트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하자 노조원들이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모습. [중앙포토]

2009년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경찰특공대 투입 등을 직접 결정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28일 발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는 28일 이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 “강제진압 작전을 직접 결정한 것은 당시 청와대였다”고 밝혔다. 강제 진압을 놓고 당시 강희락(66) 경찰청장과 조현오(63) 경기지방경찰청장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청와대에서 경찰 투입을 직접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강 청장은 노조가 점거한 평택공장에 진입하지 말 것을, 조 청장은 진압할 것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승인 여부는 조 청장의 진술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 중이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확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또 당시 경찰이 사측 경비용역, 구사대(노조에 대항해 사측이 만든 비조합원 단체)와 ‘공동작전’ 형태로 진압 작전을 폈다고 밝혔다. 단순히 진압 계획을 짜 실행한 것을 넘어서 용역과 협동으로 노조원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경찰은 용역과 구사대가 노조원, 가족대책위 관계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도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테이저건, 다목적 발사기 사용은 법령 위반”

쌍용차 사건 당시 노조원들이 바리케이트로 세워놓은 차량운반용 차에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쌍용차 사건 당시 노조원들이 바리케이트로 세워놓은 차량운반용 차에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진압 당시 사용된 장비도 지적했다. 경찰은 당시 ‘대테러 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 다목적 발사기(고무탄, 스펀지탄 등을 발사하는 진압 장비)를 사용했다. 조사위는 조 청장이 장비 사용 지시를 내린 것으로 봤다. 현재 테이저건은 경찰청 훈령에 따라 ‘경찰 장구’로, 다목적 발사기는 ‘기타 장비’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에는 대테러 장비로 분류돼 이 장비를 시위 진압에 사용한 것은 법령(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위반이라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쌍용차 사태 당시 바리케이트 부근에서 화재가 나자 화재를 진화하는 모습. [중앙포토]

쌍용차 사태 당시 바리케이트 부근에서 화재가 나자 화재를 진화하는 모습. [중앙포토]

조사위는 경찰이 노조원을 향해 헬기로 최루액을 살포한 것도 위법하다고 봤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총 6대의 헬기를 동원, 211회에 걸쳐 최루액 20만ℓ를 투하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헬기 등 모든 경찰 장비는 법령에 따라 사용 원칙이 명시적으로 규정되는데 최루액 헬기 살수는 법령에 따로 규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사용한 최루액의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발암 물질로 이미 2006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치명적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 사용량을 줄여가는 상황이었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사위는 또 경찰특공대가 노조원들을 체포할 당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과 관련,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아닌 동료 경찰의 피해에 대한 보복 폭행 성격이 짙다”고도 했다. 09년 8월 4일 사다리를 사용해 공장 옥상으로 진입하던 경찰 일부가 심하게 부상 당하자 다음날부터 보복 폭력을 행사했다는 게 조사위의 입장이다.

조사위는 경찰청에 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내고, 국가가 제기한 약 1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손배소 취하 시 폭력시위 선례 남길 것“ 이견도

쌍용차 사건 당시 쌍용차 사측직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싸우자 경차이 이들을 분리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쌍용차 사건 당시 쌍용차 사측직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싸우자 경차이 이들을 분리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소송 취하를 놓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문제삼는 것은 맞지만, 불법 시위로 인한 손해 배상까지 취하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조사위 내부에서도 소송 취하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조사위에 따르면 전체 10명의 위원 중 2명(경찰 측 추천 위원)이 소송 취하에 대해 반대했고, 민간위원 2명도 위법 논란이 있는 헬기의 피해에 대해서만 소송을 취하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사위는 앞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도 국가가 당시 민중총궐기 주최 측에 청구한 3억원대 소송을 취하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소송 취하가 향후 폭력 시위에 대한 면죄부 성격의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7일 민중총궐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취하 권고에 대해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것과 집회에서 폭력이 행사돼 기물파손으로 경찰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건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76일간 평택 공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테이저건과 스펀지탄 등을 발사하거나 헬기로 최루액을 살수해 논란이 있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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