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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공유업체 우버, '차량'에서 전기 자전거·스쿠터로 갈아탄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창업 9년여 만에 핵심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한다. 사업의 무게 중심을 자동차에서 자전거ㆍ스쿠터로 옮기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코스로샤히 CEO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 #"도심 내 이동은 차보다 자전거·스쿠터 적합" #"당장 수익 줄겠지만, 장기적으로 옳은 전략" #모든 수단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 야심 #

우버는 이제 뉴욕ㆍ샌프란시스코ㆍ런던ㆍ파리 같은 복잡한 도심에서는 자동차 대신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를 이용한 이동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했다. 교통이 혼잡한 주요 대도시에 국한된 전략 변화라고는 하지만 차량 공유의 아이콘인 우버가 ‘차량’ 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차량 공유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출퇴근 시간에 꽉 막힌 도로에서 1t짜리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승객 한 명을 태우고 10블록을 가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도시 안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동차보다) 개인화된 교통수단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개인화된 이동 수단은 자전거와 스쿠터 등을 말한다.

사업 전략 수정으로 추가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코스로샤히 CEO도 당장은 우버 차량 기사들과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용자도, 해당 도시도, 우버 기사들도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로샤히 CEO는 “이용자가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면 당장은 우버가 돈을 적게 벌겠지만,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 그 차이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어 자전거 이용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자전거와 자동차 서비스 매출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우버 기사들 수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량 공유가 더욱 원활하게 작동할 것이라고도 했다. 코스로샤히 CEO는 “도심 내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가 활성화되면 차량 호출은 장거리 중심으로 바뀌게 되고, 따라서 기사들 수익성은 좋아지고 교통 체증도 한층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 전략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창업한 우버는 차량 호출 건수와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45억 달러 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차량 공유 비즈니스에 대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버의 전략 변화는 최근 세계 주요 도시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한하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뉴욕시의회는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기사의 신규 면허 발급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뜩이나 복잡한 도로에 공유 차량까지 영업에 나서면서 교통 체증이 심화하고, 대중교통 이용은 불편해지고, 이로 인한 환경 오염, 운전기사의 수익 악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차량 공유의 상징인 우버가 단기 수익 감소까지 감수하면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자 업계에서는 차량 공유 모델의 사업성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시에 이런 비판 여론을 뛰어넘으면서 발 빠르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는 시각도 있다.

코스로샤히 CEO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차량 공유, 자전거ㆍ스쿠터 렌털, 대중교통 환승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도심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버는 지난 2월 전기 자전거 서비스를 앱에 추가하고, 4월에는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점프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점프는 뉴욕ㆍ워싱턴ㆍ덴버를 포함한 미국 8개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고, 곧 베를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 라임과 대중교통 티켓 구매 서비스 앱인 마사비 인수도 이런 일환이다. 코스로샤히 CEO에 따르면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6조 달러로 추산된다. 그는 "어느 한 사업으로 이렇게 큰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 우버의 최종 경쟁 상대는 여전히 ‘자동차 소유’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을 실어나르는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음식 배달업체 우버 이츠(Eats)는 해마다 200%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60억 달러로 예상한다. 화물 해상운송업자와 트럭 기사를 연결하는 우버 프라이트(Freight)는 앞으로 12개월간 5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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