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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의 귀환, 11년만에 재회하는 2007년 '동지'들

중앙일보

입력

2007년 10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 당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왼쪽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셋 중 두 명은 정당 대표고 한 사람은 대표 당선이 유력하다. [중앙포토]

2007년 10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 당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왼쪽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셋 중 두 명은 정당 대표고 한 사람은 대표 당선이 유력하다. [중앙포토]

요즘 정치권에서 2007년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계속해서 회자된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레이스가 벌어졌고, 정동영 후보가 이겨 본선에 나갔다. 본선에선 당시 야당이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역대 최다 득표 차(이 48.7%, 정 26.1%)로 패했다.

여기까진 그저 그런 정치사(史)이지만 스토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나섰던 사람들의 면면 때문이다.

정 후보와 맞붙어 패한 이가 이해찬ㆍ손학규 후보였다. 11년이 지난 지금, 세 사람이 다시 여의도 정치권에 등장하더니 속속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미 두 사람은 당 대표고, 한 사람은 유력한 대표 후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수락연설을 하는 이해찬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수락연설을 하는 이해찬 대표. [뉴스1]

25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대표는 송영길ㆍ김진표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넉넉하게 앞섰다. 앞서 민주평화당은 지난 5일 전당대회를 통해 정동영 대표 체제를 갖췄다. 다음 달 2일엔 바른미래당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손학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손 후보마저 대표가 될 경우, 한 당의 대선 후보가 되려 경쟁했던 세 사람이 11년 만에 여야 정당의 대표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2005년 9월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국가 비전 당정 워크숍` 모습. 당시 이해찬 총리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있다. [중앙포토]

2005년 9월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국가 비전 당정 워크숍` 모습. 당시 이해찬 총리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있다. [중앙포토]

현재 제1야당을 이끄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세 사람과의 인연이 있다. 특히, 이 대표와의 관계가 각별한데 2004년 6월~2006년 3월 이 대표가 ‘책임총리’로 내각을 이끌 당시,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정책실장(2004년 6월~2006년 5월)으로 호흡을 맞췄다. 숫제 ‘노무현 정부의 아우라’가 그대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2007년 뉴스의 중심에 섰던 네 사람의 이름이 11년 뒤에 다시 등장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정두언 전 의원은 “노령화 사회로 가는 부작용”이라고 혹평했다. “후진을 키워내지 못하는 척박한 정치 토양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어찌 됐든 이들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전통적 의미의 ‘정치’를 아는 인사들이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이해찬 민주당 신임 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 한국 정치의 틀을 바꾸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분명한 의지를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사석에서 “나이가 들었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명민하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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