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26일 오전 호우경보·주의보가 발령된 남부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과 전남 순천시 황전면에는 '물 폭탄'을 방불하게 하는 시간당 70㎜ 이상의 비가 퍼부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는 223.5㎜, 산청군 단성면에서는 214.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순천시 황전면에는 144.5㎜, 전남 구례군에서도 129㎜의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26일 낮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26일 낮부터 27일 사이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며 "비가 내리는 곳에서는 시간당 30~40㎜의 강한 비와 함께 돌풍이 불고,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경남 산청 26일 아침 시간당 70㎜ 폭우 #26일 밤부터 중부지방에 많은 비 예상
기상청은 또 "28일에도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중부지방은 가끔 비가 오겠고, 남부지방은 오후부터 밤사이 소강상태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29~30일에도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지난여름 긴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어졌으나, 지난 22~24일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한 데 이어, 이번에는 5일 연속 비가 내리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비가 '가을장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을장마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가을장마는 8월 말에서 10월경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쇠퇴하고 대륙의 한랭한 고기압이 남쪽으로 확장할 때 중국 쪽으로 올라간 장마전선이 다시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비를 뿌리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26일 오전 동서로 긴 띠 모양의 비구름이 형성되면서 좁은 구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장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날 내린 비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돼 좁은 통로로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다소 차가운 이동성 고기압 사이로 기압골이 지나는 과정에서 비구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남부에 위치한 '꼬마 태풍'인 열대저압부(TD)가 수증기를 공급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비가 내리는 지역이 남북으로 오르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까지 전국의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 강원 남부, 충청, 전북, 경북 북부 50~150㎜(많은 곳 충청도 200㎜ 이상) ▶서울, 경기 북부, 강원 북부, 남부지방(전북과 경북 북부 제외), 울릉도·독도 30~80㎜ ▶제주도 산지 10~50㎜ 등이다.
한편, 비가 내리면서 당분간 아침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고, 낮 기온은 평년보다 조금 낮을 전망이다.
하지만 31일 이후 비가 그치면 당분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나면서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일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도 예상된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