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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재밌는데…3대3 농구 '대박 예감'

중앙일보

입력

네팔과 시리아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3X3 농구 예선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네팔과 시리아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3X3 농구 예선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경찰이 그 애를 쐈어, 경찰이 그 애를 쐈어, 경찰이 쐈어…’.

국제종합대회 첫 선 신종 농구경기 #경기 내내 경기장에 신나는 음악이 #10분 안팎 빠른 진행으로 흥미진진 #2020 도쿄올림픽서 정식종목 채택

미국 힙합가수 나스(Nas)의 노래 ‘캅 샷 더 키드(Cop shot the kid)’가 고막을 찢을 듯 울린다. 디제이와 장내 아나운서의 중간쯤 되는 이가 이름을 부르자 코트 뒤에서 선수들이 달려나왔다. 심판은 검정 선글래스에 캐주얼한 옷차림. ‘코트의 판관’인가 싶다. 경기는 쉴 새 없이 진행됐다. 골이 들어가도 중단되지 않고, 실점한 쪽이 골밑에서 공을 잡아 곧바로 경기를 이어갔다. 공이 라인을 벗어나면 수비 팀이 공을 잡아 공격 팀한테 패스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 혈기왕성한 남자 중고생들이 수업과 수업 중간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 농구대로 달려가 10분간 잽싸게 하고 오던 그 게임을 닮았다. 그 시절 ‘반 코트’라 불렸던 그 게임이 ‘3대3 농구’라는 명칭을 달고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다. 농구와 배구는 전통적으로 ‘실내 스포츠의 양대 산맥’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배구가 문밖으로 나갔다. 비치발리볼은 여름, 그리고 젊음의 상징이 됐다. 젊은 팬의 이탈을 농구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도시 한 구석에서 젊은이들이 즐기던 길거리 농구를 ‘제도권’에 편입시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3대3 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종합경기대회다. 3대3 농구는 2년 뒤 2020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이기도 하다.

네팔과 시리아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3X3 농구 예선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네팔과 시리아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3X3 농구 예선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3대3 농구 조별리그 시리아와 네팔의 경기가 열린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3대3 농구장. 섭씨 31도에 직사광선까지 내리꽂혔지만 젊은 인도네시아 팬들은 환호를 지르며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신나는 힙합곡이 흘렀다. 축구에서 풋살이, 배구에서 비치발리볼이 ‘번외’로 취급받는 것처럼, 3대3 농구도 아직은 전통적인 농구(3대3 농구가 생긴 뒤 5대5 농구로 불리게 된 그 농구) 쪽에서는 비슷한 상황이다. 오히려 그런 만큼 5대5 농구의 약체 또는 불모지라 할 만한 팀들도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민다. 3대3 농구의 경우 남자 세계 1위는 세르비아다. 아시아 1위인 일본이 세계 5위, 아시아 2위인 몽골이 세계 6위다. 그럼 한국은, 세계 22위다.

경기 시간은 10분. 준비와 정지 시간을 합쳐도 20분 안팎이다. 1시간에 세 경기도 가능하다. 한 팀 선수는 4명, 그중 3명이 뛰고 수시로 남은 1명과 교체한다. 경기 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한 팀이 21점이 되면 경기가 끝난다. 지루할 새가 없는, 그야말로 ‘개꿀잼’(정말 재밌다는 뜻의 인터넷식 표현)이다. 필드 골은 1점, 3점 라인 밖에서 던진 골은 2점이다. 시리아와 네팔의 경기는 시종 끌려가던 시리아가 막판에 역전하면서 21-19로 끝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X3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 KBL WINDS 팀이 선발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마당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인태(LG), 양홍석(KT), 박한 대한농구협회 수석 부회장, 김낙현(전자랜드), 안영준(SK)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사진 대한농구협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X3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 KBL WINDS 팀이 선발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마당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인태(LG), 양홍석(KT), 박한 대한농구협회 수석 부회장, 김낙현(전자랜드), 안영준(SK)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사진 대한농구협회]

관중석 한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3대3 농구 대표팀 정한신 감독을 만났다. 한국 팀의 전망을 물었다. 그는 “신생 종목이다 보니 모든 팀이 한 번 해보겠다고 도전하는 상황이다. 우리 역시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다. 예선 B조의 한국은 22일 1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21-12, 같은 날 2차전에서 대만을 20-18로 꺾고 2연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은 25일 스리랑카, 몽골과 차례로 남은 예선전을 치른다.

자카르타=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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