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중시의 정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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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는 참여 민주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객석으로 밀려나 정치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 문제를 스스로 챙기고있다.
요즘 빈번해진 TV 생중계나 여론조사는 그런 참여 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될 국민 참여방식의 하나다. 특히 여론조사는 민의의 소재와 향방, 강도를 가늠하는 귀중한 지표다. 따라서 정부와 의회·정당 등 정치기구들은 이 지표에 근거해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 나가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전두환씨 처리문제였다. 전씨 처리방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상당히 갈려 있다.
노 태우 대통령의 전씨 정치사면과 민주화조치가 발표된 직후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노 대통령의 특별담화에 대해 후 45·7%가 수긍하고, 36·6%가 미흡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씨의 정치적 사면에 대해서는 44·6%가 찬성하고 39·3%가 반대했다. 정치적 사면에 반대한 사람 가운데는 51·2%(전체의 20%)가 수사 뒤 형사처벌을 면제하자고 주장했고 39·9%(전체의 15·7%)는 형사처벌을 주장했다. 민주화조치에 대해서는 37·5%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데 비해 46·4%는 미흡하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광주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보상, 명예회복을 절대다수(92·7%)가 요구하고 나섰다. 그 중 35%는 책임자의 처벌까지 주장했다.
몇몇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전 전 대통령의 사과담화나 노 대통령의의 수습담화에 대해 수긍과 불만, 찬성과 반대의 폭이 좁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특히 불만과 반대의 견해가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은 노 대통령의 시국수습방안이 국민들의 의사를 광범하게 규합치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이번 수습책엔 다소의 문제와 한계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찬반비율을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대결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수용이 가능한 견해 차이의 선에서 파악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정치력이다. 특히 정부·여당의 정치력은 앞으로의 시국안정과 민주발전의 관건이다.
반대는 비록 소수라 해도 적극성과 역동성을 갖는다. 특히 우리 사회의 「반대세력」은 강도 높은 행동성을 보여왔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요청하는 정치력은 시국수습의 시행과정에서 반대자들의 역동성을 완화하고 그 의사를 가능한 한 수용하여 반영하는데 발휘돼야한다. 어떤 방안을 제시해놓고 그것이 항복문서이기 때문에 받느냐, 안 받느냐는 것은 야당에 있다는 따위의 생각은 양단의 이분법 논리이며 무책임한 자세다.
지금 우리 사회와 같은 과도기에 가장 우려할 사항의 하나는 국민들의 과잉참여에서 오는 사회불안이다. 이런 과잉참여는 욕구가 실현되지 않는데 기인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그 같은 불안의 증폭을 냉정하게 억제해야 하며 거기서 찾는 정치의 향방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의의 추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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