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예보국장 “솔릭, 짐승 비유하면 호랑이…최대 풍속 62m”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를 강타한 23일 오전 제주시 전농로 거리에 심어진 왕벚나무가 강풍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태풍 ‘솔릭’이 제주에 상륙한 가운데 관측 장비에 잡힌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2m로 측정됐다.

23일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초속 40m면 열차가 탈선하고 50m면 체육관 뚜껑이 벗겨진다”며 “초속 60m에 대해서는 나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오 제주 서귀포 서쪽 바다를 지난 ‘솔릭’은 서해를 통해 북상하다가 이날 자정을 지나 전북 군산 인근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세종과 강원도 강릉 주변을 거쳐 24일 오후 동해 상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기상청은 ‘솔릭’이 지난 2012년 9월 ‘산바’ 이후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대비가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국장은 “오랜만에 오는 태풍이어서 국민이 태풍의 무서움을 잘 모르실 수 있을 것 같다”며 “태풍 ‘솔릭’을 짐승에 비유하면 호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호랑이를 고양이로 생각하고 얕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22일 오전 12시부터 23일 오후 1시까지 제주 사제비에는 971.0㎜, 제주 윗세오름에는 885.5㎜의 비가 퍼부었다.

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강풍이다. 현재 ‘솔릭’의 영향권 내 최대 풍속은 초속 35ｍ다. 이는 달리는 트럭이 전복될 수 있는 수준이다.

유 국장은 “앞으로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세력이 약해지더라도 여전히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