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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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인근의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한 호주인 세 명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덕분에 22일 만에 목숨을 건졌다. 11일 영국의 더 타임스 온라인판 보도다.

호주 남부 타즈매니아 섬 원주민 출신으로 동북부 머레이섬에 살던 존 타보(38)는 지난달 17일 아들(20).조카(16)와 함께 소형 보트(4.9m)를 타고 인근 요크섬으로 가던 중 실종됐다. 두 섬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사이의 토러스 해협에 있다. 사고 당시 이 일대에는 열대성 폭풍인 사이클론이 불어닥쳤다. 가족들은 이들이 높은 파도에 희생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난자들은 다행히 고장 난 보트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기름통을 펴 만든 노를 이용해 육지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갔다. 오징어를 잡아 배고픔을 해결했고, 빗물을 받아 갈증을 풀 수 있었다. 강한 햇빛은 배 안의 양철판을 이용해 피했다.

비탄에 잠겨 있던 가족들은 실종 22일째인 9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죽은 줄 알았던 조난자들이 보낸 것이었다.

"아직 살아 있다. 빨리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현재 표류하고 있는 곳이 머레이섬과 요크섬 사이의 드와이어 산호초 인근인 것 같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가족의 연락을 받은 퀸즐랜드 경찰은 곧바로 헬기로 수색에 나서 이날 오후 4시쯤 이들을 구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들은 매일 아침 휴대전화를 켜 송수신 권역이 아닐 경우 바로 전화를 끄는 방법으로 배터리를 아꼈다"며 "실종 22일 만에 통화 신호가 약하게나마 잡히자 통화 대신 문자 메시지로 SOS 신호를 보내 극적으로 구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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