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빨리 따자" 한인들 급증…평균 5개월서 이젠 1년 이상

미주중앙

입력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한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LA도 시민권 적체 현상 심화
대기 기간 '제2의 장벽' 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기조로 인해 두려움을 느낀 이민자들이 시민권 취득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2018년도 1분기에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은 총 3615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2017년도 1분기·2132명) 대비 1400명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은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

국적별로 추려보면 지난 2분기(3323명), 3분기(4206명), 4분기(4686명)에 걸쳐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LA지역 한 이민법 변호사는 "이민 정책의 강화로 시민권 취득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 관련 문의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민국이 영주권을 비롯한 각 비자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반이민 정책이 더 강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 이민 정책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영주권자들의 시민권 신청 역시 급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8년도 2분기에 시민권 신청은 총 21만8909건이었다. 이는 전분기(17만9098건)와 비교하면 1분기 만에 시민권 신청이 무려 3만 건 이상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시민권 신청을 돕는 미주한인봉사교육협회 오수경 디렉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종 이민 단속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그들은 시민권을 따서 2020년 선거에 투표를 하려는 게 아니라 시민권 취득을 통한 귀화만이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민권 신청이 급증하자 계류중인 신청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2분기) 계류중인 시민권 신청서는 총 75만3352건이다. 이는 전분기(72만9400건)와 비교하면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LA를 포함, LA카운티 지역의 신청서 적체 현상은 심각하다. 2분기 통계를 보면 이 지역의 시민권 신청은 9282건으로 나타났다. 전분기(8542건)에 비해 700명 이상이 시민권을 신청했다. 계류중인 신청서도 총 3만4184건으로 전분기(3만3600건)과 비교해 더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시민권 신청서를 접수한 뒤에도 인터뷰 날짜가 잡히지 않아 고심하는 한인들도 많다. 신청서를 접수하고도 인터뷰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19일 샌프란시스코게이트에 따르면 2014년의 경우 시민권을 신청한 뒤 지문채취, 인터뷰, 취득까지 평균 5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시민권 취득까지는 16~17개월이 걸릴 정도로 대기 기간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USCIS 마이클 바스 대변인은 "이민국은 시민권 신청서와 관련해 모든 서류를 최대한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류중인 신청서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심사관 사무실을 10곳이나 더 확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민국의 늑장 처리 절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전미파트너십협회 조슈아 호이트 디렉터는 "이민국의 인력은 그 많은 이민 서류들을 다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이러한 기다림은 신청자들에게 '제2의 장벽(second wall)'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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