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미술 동네' 삼청동 … 사이사이 패션 숍 멋·의·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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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타깃층은 대개 20대 후반~40대 여성. 개성 강하면서도 고급스런 취향을 지닌 이들의 호감을 살만한 물건들이 빼곡하다. 소박한 가게 외양과 달리 물건의 가격대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주머니가 가볍다해서 둘러보기조차 포기할 일은 아니다. 패션에 대한 '눈높이'를 한 단계 올려줄 만한 제품, 가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급스런 패션숍 사이사이 쌀집이며 박물관, 점집에 교회까지 있는 옛 서울 뒷골목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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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패션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국제갤러리에서 삼청공원으로 가는 큰 길이 하나, 삼청파출소를 끼고 정독도서관 쪽으로 가는 골목길이 다른 하나다.

큰 길가의 경우, 특히 파출소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수와레' 사이 점포들이 눈길을 끈다. 삼청공원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왼편에는 삼청동 패션가의 터줏대감이라 할 만한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더 슈'는 말 그대로 구두가게. 굽 높고 화려한 색감의 샌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 옆 '파르베'는 루이뷔통, 이브 생 로랑 등 명품 브랜드의 초기 모델들을 두루 갖춘 빈티지 숍. '짚시'란 간판을 단 길모퉁이 가게는 주인이 맘 내키는 날에만 문 여는 손뜨게 전문점이다.

길 건너편에는 수입 구두 및 가방 전문점인 '보스코', 액세서리점 '라무베', 수입 중고 의류 및 패션 소품을 파는 '브로커지'가 있다. 그 사이 들어앉은 고미술점 '古好(고호)'의 모습이 의외로 어색하지 않다.

여기까지만 보고 만다면 삼청동 패션을 3분의 1밖에 접하지 않은 셈이다. 삼청파출소를 끼고 오른편으로 돌면 길 양쪽에 옷집이며 액세서리점, 개인 박물관들이 꽤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골목 왼편 입구부터 차례로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 '드레스 업', 독특한 코사지와 핸드백들로 눈길을 끄는 '수담', 고급 액세서리 숍 '소현갤러리'가 손님을 맞는다.

세계장신구박물관을 지나 내쳐 들어가면 오른편에 핸드크래프트 아트숍 '단주'가 나타난다. 몇 집 건너 '목가'는 가게 앞에 아담한 화단을 갖춘 가죽.자연염색 전문점이다. 옷카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주변 문화예술인들의 발길이 잦다. 길 건너편에는 아기자기한 패션 소품들을 취급하는 '픽토르', 여성적이고 귀여운 컨셉트의 패션 숍 '수연', 수제 모자 부띠끄 '루이엘'이 있다. 한번쯤 욕심 부려 갖고픈 우아한 디자인의 모자들이 그득하다.

이나리 기자

이건 좀 고쳤으면 …

1 걷기가 힘들어요
▶인도 좁고 잘 끊겨 … 넓게 정비를

2 차 댈 데가 없어요
▶공공시설 빈 땅, 주차장 활용을

삼청동은 공사중이다. 며칠 지나면 새 화랑이, 또 며칠 지나면 패션숍이 들어선다. 찾는 사람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그림 보고, 마음에 드는 옷 사는 일이 한 곳에서 다 되는 강북의 신흥 놀이터다.

하지만 '이건 좀 고쳤으면' 하는 바람도 많다. 삼청동 주민과 손님이 첫째로 꼽는 희망사항은 인도 정비다. 느긋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보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복궁 앞 사간동 화랑가처럼 반듯하고 넓은 길은 아니더라도 큰 불편 없이 죽 걸어서 삼청공원까지 갈 수 있어야 앞으로 삼청동 문화지대가 제대로 산다. 툭하면 끊기는 길은 보행자를 짜증나게 한다. 자칫 차도로 밀려나 빵빵거리는 차를 요리조리 피해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둘째로는 주차 공간 확보다. 삼청동은 청와대 인근이라 건축규제가 심해 주차장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 공공시설의 빈 땅을 주차장으로 쓰게 해달라는 민원이 간절하다. 이를테면 도로변에 있는 금융연수원과 교육평가원의 널찍한 운동장은 일과 후 텅 비어 있다. 삼청동에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은 저녁 무렵. 빈 운동장을 공영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런 기존의 공간활용은 오밀조밀한 삼청동의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시민들의 편의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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