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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년래 가장 맑은 하늘에…세계는 가스대란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지난 10년래 가장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WHO 권고기준의 35배 #2014년 미세먼지와의 전쟁 돌입 #석탄 사용제한 등 강력한 환경정책 성과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 되며 국제가격 급등

살인적인 공기 오염에 시달린 중국 13억명의 ‘파란 하늘’ 되찾기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걸까. 중국 당국이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전을 펼친 결과 최근 베이징 주민들이 10년 만에 가장 파란 하늘을 만끽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징의 주중 미대사관이 측정한 월별 미세먼지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 이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았던 7건 가운데 5건이 최근 1년 기간에 집중돼 있다. 통신은 “이 시기에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주변 지역의 석탄 사용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펼쳤다”고 전했다.

2008년 이래 월별 미세먼지 농도 수치 변화 추이. 파란색이 오염도가 가장 낮았던 7건을 뜻한다.[블룸버그통신 캡처]

2008년 이래 월별 미세먼지 농도 수치 변화 추이. 파란색이 오염도가 가장 낮았던 7건을 뜻한다.[블룸버그통신 캡처]

실례로 지난달 베이징의 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4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해 2008년 이후 월별로 따졌을 때 7번째로 낮았다. 여전히 일부 도시의 오염도 수치는 심각하지만 적어도 중국 당국이 역점을 두고 강한 정책을 실시한 곳에서는 대기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년 전인 2013년에만 해도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35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대기 상황을 빗대 ‘에어포칼립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을 뜻한다. 대기오염 탓에 중국 북부지방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남부 사람들보다 5년 짧아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정부는 2014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선 오염, 후 관리’ 방식의 성장 위주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술했다. 특히 오염의 주된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보일러에 대한 사용 제한을 강력히 추진했다.

지난달 베이징 시내의 모습. [블룸버그통신 캡처]

지난달 베이징 시내의 모습. [블룸버그통신 캡처]

지난 겨울에는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과 주변 28개 도시 300만 가구에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 난방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석탄을 대체할 난방 설비를 갖추지 못한 지역에선 난방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5년부터 베이징과 산시성 등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석탄공장 생산량을 30% 감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원 중 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2020년까지 1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석탄의 비중은 약 60%에서 58%로 낮추자는 게 중국 당국의 목표다.

중국의 깨끗한 하늘 되찾기에 세계 다른 나라도 간접적인 비용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탈 석탄’ 정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통신은 “중국은 세계 최대 연료 수입업자가 됐다”며 “가스 소비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 겨울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감축을 위해 석탄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철강 공장의 생산량을 제한하자 국제 철강재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를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하면서 올 겨울엔 중국발 가스 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한 중국인이 베이징에 있는 육교를 건너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통신 캡처]

지난달 한 중국인이 베이징에 있는 육교를 건너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통신 캡처]

중국의 대기질이 최근 뚜렷이 개선됐다는 평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중국이 대기오염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중국인들의 기대수명이 2013년과 비교해 평균 2.4년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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