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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차 북·미 회담, 미 중간선거용으로 변질되면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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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헛돌던 북한 비핵화에 돌파구가 열릴지 기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most likely)”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회담이 이뤄지면 북·미 간의 지루한 대치 끝에 종전선언과 본격적인 비핵화의 대타협 기회가 생기는 셈이어서 여간 반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세한 내용을 털어놓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실무 수준에서 상당한 합의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이번도 그렇다면 한동안 추진력을 잃었던 비핵화 노력이 새로운 힘을 받게 될 게 확실하다. 특히 마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곧 방북할 예정이라니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잘 되길 바란다.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을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그가 미 유권자에게 과시할 만한 합의를 끌어내려다 자칫 잘못된 절충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면 그 대가로 불완전한 비핵화에 덜컥 합의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 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한다고 한다. 3차 남북 정상회담도 다음달 중으로 예정돼 있다. 9월 말 김 위원장이 뉴욕 유엔 총회장에 참석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도 확산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것처럼 한꺼번에 풀릴 수도 있다. 정부는 중대한 변곡점을 앞두고 신경을 곤두세워 한 치의 실수도 없게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