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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정거래 전속고발권 폐지, 국회에서 재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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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여당이 어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부분 폐지에 합의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선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고발을 남발하면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때부터 유지됐다.

이번에 폐지되는 전속고발권은 경성담합(hardcore cartel)에 한정한다. 가격담합, 생산량 조절,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행위가 발생하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가 실효성보다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이 남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검찰이 기업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통제권을 강화하면 기업의 생산 및 영업활동이 위축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 분야에 대한 검찰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자칫 기업 수사가 막히면 별건 수사로 이어질 수 있고, 검찰이 특정 기업을 담합 혐의로 기소한 뒤에 무죄로 판결나더라도 기업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된다. 그나마 대기업은 자체 법무팀을 동원하거나 법무법인에 의뢰해 대응할 수 있으나 중견·중소기업은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그동안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앞세워 기업을 압박하고 고위 간부 취업을 알선하는 등 제도를 악용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운영의 문제이지 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후속 논의를 할 때 기업·소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보다는 의무 고발 요청 기관이 고발요청권 행사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수정하는 게 합리적 해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