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릭’ 23일 목포 상륙…‘시마론’과 만난다면 예측불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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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와 피해 규모가 예측불허가 됐다. 20호 태풍 ‘시마론’이 일본 오사카로 북상하면서 두 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릭은 지난 16일, 시마론은 이틀 뒤에 발생했다. 하지만 시마론의 속도가 훨씬 빨라서 솔릭을 따라잡고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은 20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60hPA의 중형태풍으로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780㎞ 부근 해상을 지나 서북서 방향으로 북상 중이다.

제19호 태풍 '솔릭'은 20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60hPA의 중형태풍으로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780㎞ 부근 해상을 지나 서북서 방향으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솔릭의 예상경로가 종전보다 서쪽으로 치우쳐 서울과 경기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태풍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일본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도 솔릭이 서울과 경기일대를 관통해 동해상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솔릭’은 이날 오전 3시께 일본 가고시마 남남동쪽 약 5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2㎞로 서북서진 중이다. 중심기압은 955hPa, 강풍의 반경은 370㎞에 달하는 강력한 ‘중형급’ 태풍이다.

‘솔릭’은 22일 오전 3시 서귀포 남남동쪽 약 380㎞ 부근 해상, 23일 오전 3시께엔 목포 남쪽 약 100㎞ 부근 해상을 지나 한반도를 관통한 뒤 24일 오전 3시께 북한 함흥 동쪽 약 140㎞ 부근 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날 cpbc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태풍 피해가 큰 경로가 이번 태풍 같은 경로다. 태풍은 우측 반원이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서쪽으로 해서 수도권 쪽을 관통해 가장 위험한 경로를 택해서 지나가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같은 경우는 (솔릭이)목포로 상륙을 하더라도 서해상으로 나갔다가 수도권 쪽으로 다시 상륙하는 패턴이고, 미국 같은 경우는 우리 기상청 (예상 경로)보다 약간 서쪽이다. 그렇더라도 거의 서울권 쪽으로 강타해서 올라가는 경로로 예상하고 있다”며 태풍 ‘솔릭’이 어느 경로로 가든 한반도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위성사진에 태풍의 눈이 또렷이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 가까이 온 태풍 중에서 태풍의 눈이 보인 적이 없었다. 태풍의 눈이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강한 태풍”이라며 “이번 태풍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으로 지나갔던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지난 서울 정동극장 앞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복구에 나선 중구청 관계자들이 나무를 잘라내 치우고 있다.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지난 서울 정동극장 앞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복구에 나선 중구청 관계자들이 나무를 잘라내 치우고 있다.

솔릭에 이어 20호 태풍 ‘시마론’도 괌 부근에서 북상 중이다. 현재 경로라면 시마론은 23일 일본 열도를 통과해 독도 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태풍의 거리가 대략 1000~1200㎞ 정도로 가까워지면 서로 간섭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일본 학자 이름을 따서 ‘후지와라 효과’라고도 하는데 지금대로라면 23일 직선거리로 1000㎞ 안에 두 태풍이 위치하게 된다. 이 때부터는 예측 불허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12년 발생했다. 당시 태풍 덴빈이 하루 먼저 발생해 북상하다가 다음 태풍 볼라벤과 가까워지면서 경로가 흐트러졌고 결국 볼라벤이 더 먼저 한반도에 도착했다.

한 태풍이 다른 것을 흡수하면서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문에 솔릭이 한반도를 빠져나간 뒤에도 경계를 늦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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