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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갈 뻔한 미주 독립운동 자료, 독립기념관 왔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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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호 08면

양인집 대표

양인집 대표

“독립기념관이 독립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것 뿐 아니라 중요한 학술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보훈처는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 주도 #애국지사 7명 배출 강명화 집안 #보훈처 등과 자료 기증 협의 중 #4명 훈장 받은 것 뒤늦게 알게 돼

양인집(61) 어니컴 대표가 17일 이렇게 말했다. 양 대표는 지난 13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하와이 한인사회 청년운동가 강영각(1896~1946) 지사의 독립운동 자료 기증식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강영각 지사는 역시 미주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2012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강명화 지사의 아들이다.

강명화씨 집안은 막내인 영각씨 뿐 아니라 형들인 영대·영소·영문·영상 지사와 사위인 양우조 지사 등 모두 7명이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한 집안에서 한 명 나오기 힘든 독립유공자를 7명이나 배출한 독립운동 명문가다.

하이트진로 사장을 지낸 양 대표는 양우조 지사의 손자다. 강명화 지사의 외동딸인 영실씨가 그의 할머니다.

양 대표가 이번에 기증한 자료는 1920~30년대 강영각 지사와 하와이 한인 청년단체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첩 2권(323매)과 강 지사가 발행인이자 주필로 활동한 영자지 ‘The Young Korean’ 35점, ‘The American Korean’ 24점 등 총 382점이다. 독립기념관 측은 “강 지사의 20년 치 신문이 당시 미주독립운동 사료의 공백을 메워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자칫 하와이주립대로 보내질 뻔했다. 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강 지사의 아들 필모어 강씨가 보관의 어려움을 이유로 하와이대에 기증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와이를 방문할 때마다 자료를 살피며 가족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여온 양 대표에게 올 4월 강씨가 이런 의견을 전하자 양 대표는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된다”며 강씨를 말렸다고 한다.

그러곤 곧바로 호놀룰루로 날아갔다. 그는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자료를 살펴본 뒤 “이 자료는 우리 독립기념관으로 가야 한다”며 강씨와 그 가족들을 설득했다. 양 대표는 자비를 들여 자료들을 하나하나 포장하고 특수 가방까지 제작해 조심스레 한국으로 공수해 왔다.

이후 양 대표는 보훈처와 독립기념관을 오가며 자료 기증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 대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미 강영각 지사에게 97년 건국포장이 추서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서다. 양 대표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어렵게 살다 보니 보훈처에서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존재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당연히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영각 지사 외에 영대·영문·영상 세 형제가 2012~2013년 건국훈장을 받은 사실도 이번에 자료 기증 건을 처리하며 알게 됐다고 한다.

양 대표는 “처음엔 왜 우리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자책했다”라며 “그러나 독립기념관이 학술연구 차원에서 보관해 온 각종 사료와 보훈처의 적극적인 독립유공자와 후손 찾기 노력 덕에 가족들이 신청도 하지 않은 집안 어른들이 독립유공자가 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다행이고 고맙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7분의 묘소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 가능하다면 현충원에 함께 모시고 싶다. 공간만 허락되면 독립기념관에 이분들의 동상도 제작해 전시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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