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국 첫 여성지도자 부토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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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승리한 「부토」여사는 남성우위가 절대적인 회교국 최초의 여성지도자(수상이나 대통령)가 될 것 같다.
「떠오르는 태양」으로 파키스탄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은 그녀의 선승은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이며 억압받던 회교국 여성들의 지위에 일대변화를 몰고 올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35세인 그녀가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것은 파키스탄 수상이었던 아버지 「알리·부토」가 「지아」의 쿠데타 이후 부정선거·살인음모혐의로 처형(1979년) 되면서 비롯됐다.
부유한 가정의 장녀로 태어나 16세부터 미국의 명문 레드클리프 대학과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 유학, 두각을 나타냈으나 아버지가 죽은 후 「지아」의 계엄령 하에서 망명과 투옥·연금의 험난한 민주투쟁을 실천해 왔다. 그녀가 파키스탄에 돌아와 본격적 투쟁에 돌입한 것은 계엄령이 해제된 86년 이후부터며 지난 8월 「지아」대통령이 죽자 전기를 맞았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민주투쟁의 선두에 섰던 「부토」여사는 「생명은 하늘의 손에 달려있다」며 암살위험을 무릅쓰고 정치개혁을 통한 민주화, 국민소득 1인당 4백 달러의 가난 및 75%의 문맹퇴치, 농민 및 노동자보호 등을 외쳐 특히 가난한 민중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았었다.
지난해 사업가인 「아시프·자다리」씨와 결혼, 지난 9월 아들을 낳은 「부토」여사는 임신과 출산의 후유증 속에서도 선거운동을 강행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경험이 없는 젊은 아녀자가 무엇을 한단 말인가?』라는 반대세력들의 주장에 『이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독재와 민주의 문제』라고 맞서 온 「부토」 여사의 향후 가장 큰 장애는 96%가 회교를 숭상하는 국민들의 대 여성편견 불식과 과거 20년간 기득권을 누려 온 군부와의 타협문제다. 그러나 서방 외교관측통들은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만을 강요받았던」 회교국들의 여성 지위가 「부토」의 승리를 계기로 새 세상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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