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축구 경기 영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국내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이 소프트뱅크벤처스, 알토스벤처스, KT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103억원을 유치했다고 16일 밝혔다.
비프로일레븐은 컴퓨터 비전 기술로 영상 분석 과정을 자동화해 축구 구단들이 전력을 분석하는 절차와 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전 세계 축구 구단들이다. 종전에는 축구 구단 소속 코치들이 일일이 경기 영상을 촬영한 뒤 편집해 팀 전력을 분석했다. 패스 횟수를 세려면 코치들이 바를 정(正)자를 써가며 집계해야 했다. 별도의 촬영 업체와 영상 분석 업체를 따로 고용하기도 했다.
비프로일레븐은 자체 개발한 4K 화질의 카메라를 경기장이나 훈련장에 설치한다. 이렇게 찍은 영상에 3D 스티칭 기술을 접목해 경기장 전체를 포착한 영상을 만든다. 경기 종료 후 24시간 이내에 경기와 관련한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편집해 제공한다. 슈팅ㆍ패스ㆍ태클과 같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공간 변화, 경기 상황까지도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독일 하부 리그 팀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고객이었던 독일 5부 리그의 한 팀은 비프로일레븐의 영상 분석 서비스를 받은 뒤 리그 14위에서 3위로 올라갔다. 비프로일레븐의 기술력이 알려지자 독일의 분데스리가, K리그 등 7개 국가 120개 구단에서 비프로일레븐을 찾았다. 이중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등 4개팀과 계약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운영하는 유럽 전역 클리닉과도 계약을 맺고 유소년 선수 2만명의 경기 데이터도 분석하고 있다.
103억원중 6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최지현 책임은 “데이터의 불모지로 간주하는 스포츠 영역에서도 앞으로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아마추어 구단들도 쉽게 비디오 분석을 할 수 있고, 전 세계 구단들의 경기 전술 결정을 도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투자를 검토하면서 비프로일레븐을 쓰는 국내외 구단 선수들과 감독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내 경쟁 팀들은 비프로일레븐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현욱 비프로일레븐 대표는 “앞으로 독일ㆍ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 시장 외에도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