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출신 KBO총장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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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프로야구가 방송 콘텐트로서 갖는 가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얼마 전 지상파 방송 3사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90억원, 내년 100억원, 2008년 110억원, 2009년 120억원 등 향후 4년간 방송 3사가 프로야구 중계방송권을 갖는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 420억원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이 중계권을 케이블방송에 다시 팔 수 있다. 지금은 자회사 3사(KBS 스카이, MBC ESPN, SBS 스포츠) 위주로 중계방송을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가 하루 네 경기씩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의 볼 권리와 수지타산(중계권을 다른 회사에 재판매하면 그만큼 방송 3사의 부담은 줄어든다)을 위해서라도 추가 참여를 원하는 케이블방송을 수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프로야구가 방송의 콘텐트로만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KBO는 위성 DMB, 지상파 DMB, 인터넷 포털과 인터넷 포털을 제외한 기타 인터넷, 모바일(HSDPA 등) 등 각종 정보통신 수단에 동영상 중계권을 팔았다. 이 금액은 방송중계권보다 적은 액수(4~5년간 40여억원 추정)지만 프로야구가 창출해 내는 수익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쯤에서 프로야구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콘텐트로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비중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경기 내내(공수 교대, 투수 교체 등) 광고방송이 가능한 점, 매일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경기 자체가 연속성을 지닌 점 등은 프로야구를 매력적인 콘텐트로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방송 실무자들은 "야구 중계할 시간에 드라마 재방송을 하는 게 광고수입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 방송사들은 명분과 구색을 맞추기 위해 중계권 계약을 하지만 그 중계권으로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왜 그런가.

결론은 품질이다. 프로야구 중계라는 단어적 의미의 가치는 크지만 그 품질(내용)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프로야구가 전체를 위한 '품질경쟁', 산업으로서의 부가가치 추구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내 구단이 몇 위인가의 '순위경쟁'에 매달려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물론 방송 중계 자체의 문제점도 많을 터이지만.

8일 프로야구 신임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하일성씨는 방송인 출신이다. 미디어의 생리에도 밝고, 프로야구가 문화의 콘텐트로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 거라고 판단된다. 그가 지닌 상징성과 다양한 네트워크라면 미디어시장에서 프로야구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데도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방송인 출신 사무총장에게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 크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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