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 지상파 방송, '음란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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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야한 소설' 정보 이용료
SKT.KTF.LGT 3년간 198억 챙겨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 성인물 콘텐트 공급업체(CP) 등이 음란물에 가까운 '야설'(야한 소설)로 3년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동통신사 성인물 담당자와 46개 CP 업체 임직원 등 50명을 음란물 유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로 내려받아 읽을 수 있는 야설 5953건을 이동통신망에 올려 479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대판 '음란서생'인 야설 전문 작가 15~20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들은 통신망만 제공했다는 논리로 통신망 이용업체(MCP) 등에 음란물 유포 책임을 떠넘겼다. 경찰은 이번에 이동통신사에도 책임을 물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조사 결과 야설 서비스에 부과되는 정보 이용료 수익의 10~19%는 이동통신사가, 76~90% CP가 가져갔다. 나머지는 MCP 몫이었다. 이동통신사는 정보 이용료에다 데이터 통화료 등을 포함 모두 198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성인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체적 심의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 넘쳐 나는 야설=지난해 9월 청소년위원회와 학부모 정보 감시단이 모니터링한 결과 이동통신사당 1000편 이상의 야설이 등록됐다. 경찰도 올 3~4월 45개 야설 제공 업체로부터 A4 용지 4만여 장 분량의 야설 6000여 편을 압수해 음란성을 가렸다. 대부분의 내용은 근친상간, 사제지간 성행위, 직장 내 성폭력, 성도착증 등이었다. 성인물 범주를 넘어선 음란물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주요 이용자는 성인 남성. 보통 A4 3~4장 분량이어서 심심풀이용으로 많이 이용됐다. 야설이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경우 3개월 동안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 사전 심의조차 없어=문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받는 성인 동영상과는 달리 야설은 사전 심의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또 CP들은 휴대전화 사용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야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게 현실이다. 학부모 정보 감시단 김민선 사무국장은 "전체 청소년의 40% 정도가 부모 등 성인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허술한 성인인증 절차로 청소년이 야설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 야설='야한 소설'의 줄임말. 보통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와 함께 대표적인 성인용 콘텐트다.

◆ 음란서생(淫亂書生)=올해 2월 개봉한 한국영화. 조선시대 명망 높은 문장가 윤서(한석규)가 '추월색'이란 필명으로 음란소설을 쓰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내용으로 했다.

SBS '야심만만' 노골적 변태 묘사
시청자 "저질 … 선정적" 비난 쏟아져

한 지상파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성적인 농담을 여과 없이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변태를 주제로 다뤄 8일 오후 방송된 SBS-TV '야심만만'이다. 시청자단체들은 "신선함으로 봐 주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장으로 변한 오락 프로의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해 떨어지면 엄마 밑으로 다 동갑"='방송 최초 시도! 내숭과 솔직함의 시선에 선 야심만만 토크 전사들의 화끈한 이야기'. 야심만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이다. 그러나 8일 방송분은 화끈하고 솔직했는지는 몰라도, 지상파 프로그램으로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의 주제는 '이럴 때 내가 변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답을 맞히기 위해 출연자들은 질 낮은 농담을 불사했다. "키스하다가 깨물고 싶을 때, 혹은 애인의 정수리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흥분될 때…"(싸이),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을 때나 남자 발레 공연을 볼 때 특정 부위로 자꾸 눈길이 간다"(엄정화), "남자가 입은 제복이 흐트러졌거나 제복이 벗겨진 모습에서 섹시함을 느낀다"(최화정) 등 술자리에서나 오갈 얘기들이 버젓이 방송됐다. "해 떨어지면 엄마 밑으로 (여자는) 다 동갑" "외간 여자는 밤에 많이 다녀 주면 생큐"라는 여성 비하적 발언도 전편에 이어 다시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는 "친구들끼리 만나도 그렇게 노골적 얘기는 안 하는데, 방송에서 그럴 수 있는가" 등의 비난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의 박진형 간사도 "이날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지저분한 저질 방송"이라며 "자극적 소재로 눈길을 끌려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라고 말했다.

◆ "소재 확대 차원"=그러나 야심만만의 최영인 PD는 "토크 소재를 확장시킨다는 차원에서 평소 건드려 보고 싶었던 주제를 선택했다"며 "다루기 힘든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얘기가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방송 도중 19세 미만은 시청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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