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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버스차로 CCTV, 안 찍힌다 했더니 드러난 비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CTV 납품업체 대표 A씨(48)가 부산 버스전용도로에 설치한 CCTV.[사진 부산경찰청]

CCTV 납품업체 대표 A씨(48)가 부산 버스전용도로에 설치한 CCTV.[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버스전용차로 폐쇄회로(CC)TV 납품 과정에서 수억원대 비리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13년간 납품 독점한 A씨 등 부당이득 혐의 구속 #현장 점검점검 한번도 안하고 보고서 허위 작성

업자는 국산 CCTV 대신 값싼 중국산 CCTV를 납품하고 유지보수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공무원들은 현장점검이나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CCTV 납품업체 대표 A(48) 씨를 구속하고 A 씨에게 정보통신기술자격을 대여한 혐의로 3명을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A 씨의 범죄수익은닉에 연루된 혐의로 A 씨 친동생 B(44)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대표 A씨는 2016년 1월 노후한 CCTV 19대를 교체하고, BRT(간선급행버스체계)에 CCTV 5대를 신규 설치하면서 저가 제품을 납품했다. A씨가 2012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거둔 부당이득은 총 8억4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면서 현장 점검은 2012년 이후 한차례도 나가지 않고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해 부산시에 제출했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부산시는 이를 방치했다.

이 사건은 2017년 7월 부산시 버스전용차로 단속 CCTV 업무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롭게 이 업무를 맡은 부산시 공무원 B씨는 2016년 1월 교체한 CCTV 화질이 너무 떨어지고, 고장이 잦자 CCTV 제품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계약서에는 200만 화소의 국내산 CCTV로 개재돼 있지만 실제로 40만 화소의 중국산 저급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저급 카메라에 들어간 부품들은 중고 부품을 재사용했다.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위반 차량 번호판을 인식할 수 없었다. 노후한 CCTV 19대 교체와 BRT에 신규 설치한 5대 등 총 24대로 A씨가 거둬들인 부당이득은 4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사건을 수사한 부산경찰청 박노준 광역수사대 조직범죄수사 1팀장은 “중국산과 국내산 CCTV 카메라 가격은 1대당 20만원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중고 부품을 재사용해 CCTV 1대당 총 2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거뒀다”며 “A씨는 2016년에 단종된 CCTV를 설치했는데 부산시 공무원은 이런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CCTV 납품업체 대표 A씨(48)가 부산 버스전용도로에 설치한 CCTV.[사진 부산경찰청]

CCTV 납품업체 대표 A씨(48)가 부산 버스전용도로에 설치한 CCTV.[사진 부산경찰청]

단속 실적은 부진했다. 부산시 버스전용차로 26개 구간에 CCTV가 부착돼 있는데 가장 번화가인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 버스전용차로는 2007년 이후 단속 건수가 '0'였다.
B씨는 A씨가 월 1회 이상 제출하는 현장 정기점검 보고서가 2~3개월 단위로 사진과 내용이 똑같다는 사실도 발견해냈다. A씨는 현장 정기점검을 하지 않고 부산시에 매달 700만원의 유지관리비를 받았다. 2012년부터 받은 유지관리비는 총 4억원에 달한다.
박 팀장은 “A씨는 부산시청 내 중앙관제센터 PC에 몰래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CCTV 정상 가동 여부만 원격으로 확인했다”며 “A씨가 현장 정기점검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지만, 부산시 공무원은 이를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A씨는 갖고 있던 전 재산 25억원을 현금으로 바꾸고 여동생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한 뒤 1㎏ 골드바 45개를 샀다. 여동생은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집 냉장고에 22개의 골드바를 숨겼다. 나머지 23개 골드바는 남동생 회사의 직원 화장실 천장과 창고 등에 숨겼다.

CCTV 납품업체 대표 A씨(48)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재산 25억원을 골드바 45개로 바꿔 은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CCTV 납품업체 대표 A씨(48)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재산 25억원을 골드바 45개로 바꿔 은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번 적발로 A씨에게 하도급을 맡긴 CCTV 납품업체 대표 등 4명도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버스전용차로 CCTV 단속 업무를 맡은 전·현직 공무원 4명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경찰이 부산시청을 압수 수색을 하던 지난 4월, 이 사실을 A씨에게 알려준 공무원 C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시 공무원과 A씨와 유착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 팀장은 “부산시 공무원 5명의 계좌를 전부 확인했지만 A씨와의 금전 거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향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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